1-1. 그때는 몰랐던 어느 날의 풍경

첫 번째 이야기

by 김가인 오로시

그날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도 크게 웃지 않았고, 특별한 말도 하지 않았다.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와 남편은 각자의 일에 몰두했고,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창가에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고,
낮은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다.



이게 다였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이 평온한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


"이 평범한 하루도 언젠가 사라지겠지."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풍경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체온, 숨결이
언젠가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왜 항상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될까.

평범한 하루가
가장 그리운 풍경이 된다는 걸.


사랑이라는 게
손을 꼭 잡거나 서로를 열정적으로 껴안는 순간에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아무 말 없이 서로의 공간을 공유하는 시간.
무심히 오가는 눈빛과
잔잔히 오고 가는 공기,
그 소소한 움직임들 안에서
사랑은 말없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평범한 하루,
아무 일도 없었던 그 풍경이
지금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그날을, 그날의 공기와 냄새를,
나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이 기록을 시작한다.



이 책의 모든 글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평범한 순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알 수 있을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늦지 않게 붙잡아 두려고 한다.



부디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날이 정말 소중했구나’ 하고
조용히 웃으며 꺼내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