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명히 같은 언어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묻는다.
그런데 그는 나의 말이 닿자마자
불안한 표정으로
“그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라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
처음엔 몰랐다.
그가 왜 그렇게까지
방어적으로 말하는지.
시간이 흘러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왔고,
각자의 과거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같은 단어라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을.
내가 툭 던진 말이 그에겐
아픈 기억을 깨우는 방아쇠가 되었고,
그가 내민 변명이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방패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세상 위에 있었다.
사랑은 어쩌면 서로의 상처를
완벽히 치유해주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옆에 서서,
그 사람의 방식과 속도를 인정하고
지켜봐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건
내 방식대로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사람이다.
그래서 가끔은 번역이 필요하고,
때로는 조용히 기다려야 하고,
어떤 날은 그냥 끌어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는 조금씩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
함께하는 동안에는,
그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다른 언어로 말하지만
그럼에도 함께라는 건
그렇게 각자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함께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