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나는 늘 시간과 기억, 공간의 관계를 담고 싶었다. 시간이 쌓이면 기억이 되고, 기억은 다시 공간 속에 흔적을 남긴다. 그러한 흔적들은 형태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 무형의 기억들을 색과 선의 패턴으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추상적인 패턴과 부드럽게 얽힌 색의 선들은, 우리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기억의 단편들 같다. 서로 연결된 듯 떨어져 있고, 때로는 명확하게 또렷하며, 때로는 흐릿하게 사라져 간다.
이 작업을 통해 나는 단지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이 저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누구나 기억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그 안의 온기와 그리움, 혹은 희미하게 남은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색과 패턴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그 순간이 내 그림 위에서,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