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집착이 만들어내는 글쓰기
나는 문구류를 좋아한다.
그리고 집착한다.
이미 펜이 있는데도 또 산다.
사실 이건 취미이자 습관이다.
누군가에겐 쓸데없는 집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작은 세계를 지탱하는 도구다.
최근엔 “펜 때문에 시가 써진다”는 말까지 했다.
헛소리 같지만, 진심이었다.
이 펜이 단종되면 어쩌나 싶어서
다섯 자루를 한 번에 더 사버렸다.
하하. 아직 한 자루도 다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펜으로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줄줄 그어진다.
꼭 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글이 흐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시로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펜은 중요하다.
아무리 말해도 결국 결론은 같다.
나는 만년필도 써봤다.
비싼 것도, 싼 것도.
심지어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흔한 만년필이 지금까지 썼던 것 중
제일 좋았을 때도 있었다.
결국 펜이란 건 가격이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기분에 따라 펜도 달라진다.
어떤 날은 만년필이 맞고,
어떤 날은 볼펜이 맞는다.
결국 중요한 건 ‘오늘의 나’와
‘펜심’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이걸 그냥
‘예술가의 펜심’이라고 부르고 싶다.
쓸데없는 집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펜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글이 달라진다.
어쩌면 펜심은 예술가에게
가장 사소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집착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이 펜으로 글을 쓰며,
내 집착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펜은 결국 도구지만,
나에게는 예술을 여는 열쇠 같은 존재다.
쓸데없는 집착이라도 좋다.
그 집착 덕분에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