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에서 다시 민화로,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다

작업에세이

by 김가인 오로시


잠시 익사이팅한

놀이기구를 타듯

유화에 몰입했던 한 달이었다.


큰 캔버스 앞에서

거칠게 붓을 놀리던 시간은

마치 비바람 속을 달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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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혼란스럽고,

동시에 짜릿했다.



그런데 다시 오랜만에

민화 앞에 앉아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서양화의 화려한 소용돌이 속을 지나,

다시 익숙한 집으로 돌아온 듯한 안도감.


민화는 여전히 나에게

“나와 대화하는 자리”였다.



유화는 모험, 민화는 귀환



유화로 작업하는 시간은 늘 모험 같았다.


색과 질감의 겹침,

마르지 않는 물감 앞에서

기다리는 인내,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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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민화는

한지 위에서 차분히 색을 쌓는 과정이

중심이 된다.


천천히 나를 따라오는 선과 색.


그래서일까,

민화는 나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호흡을 맞추어주고,

일상의 리듬 속으로 돌아오게 한다.


나는 결국 이렇게 오가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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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는 내 마음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


아직 확신이 덜 있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모험을 한다.


그 모험이 실패로 끝나도 괜찮다.

즐거우니까.




젊음이란, 결국 “갈팡질팡할 수 있는 힘”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하지만 곧 이렇게 정리된다.


‘이게 바로 젊음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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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확신보다 모험을 택하게 하고,

그 모험 속에서 나를 다시 배우게 한다.


민화를 그리다가도 유화를 하고,

다시 민화로 돌아와도 괜찮다.


방향은 늘 바뀌지만,

결국

그림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다시 작은 것들로


한 달간 30호 대작을 마무리한 후,

지금은 오히려 작은 것들을 그리고 싶다.


큰 호흡으로 달려왔다면,

이제는 가볍게 산책하듯 그리는 시간.


작은 그림들 속에

나의 하루와 감정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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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마도,

내 작업의 리듬이다.


크게 흔들리고,

다시 돌아와

차분히 숨을 고르고,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하는 것.





오늘의 결론



민화와 유화 사이를

오가는 건 방황이 아니라,


내 작업의 자연스러운 호흡이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차분하게.


결국 그 모든 길 위에서

나는 그림을 배우고 있다.


오늘도 나는 작은 그림 하나를 그리며,

나와 대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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