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 사이에서

김가인의 작업에세이

by 김가인 오로시


요즘 나는 일에 치여 살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밀려드는 업무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하루를 채우는 대부분의 시간은

현실적인 것들이다.


돈을 벌어야 하고,

가게를 운영해야 하고,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image.png?type=w1 딸이 그린 그림.후훗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예술, 문학, 철학 같은 것들과는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두게 되었다.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원래 삶이란 게 이런 걸까?”


사는 것에 급급하다 보면

자연스레 예술과 철학은 밀려나고,

눈앞의 현실이 전부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단순히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하는 걸까?




일상을 살아가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

먹고사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은 빵 없이 살 수 없듯,

나 또한 생활의 기반이 없다면

예술을 할 수 없다.


돈을 버는 행위는

결국 삶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이 전부가 되는 순간,

삶은 곧잘 허무로 기운다.


물질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영혼을 채울 수 없다.



image.png?type=w1 요즘 들어 요런 그림도 그림


예술과 문학, 철학은

그 반대편에서 나를 붙잡는다.


무형의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러나 결국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것.


나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마치 외줄 위를 걸어가는 줄타기꾼처럼,

양쪽으로 기울지 않으면서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길을 걷는다.





그 다리를 상상해본다.


한쪽으로 기울면 생계가 무너지고,

다른 쪽으로 기울면 삶의 깊이가 무너진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이 일상이다.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비틀거리고,

중심을 잃을 뻔하다가,

다시 발을 바로 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인생이란 바로

그 불안정함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바쁜 나날 속에서도

나는 종종 그런 깨달음을 얻는다.


예술과 문학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때로는 잠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일,

한 줄의 시를 읽거나 쓰는 일,

철학적인 문장을 곱씹는 일.


그 작은 순간들이 나를 구한다.



그것들은 다리 위에서

나를 잡아주는 손잡이와 같다.


삶이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균형을 다시 찾게 해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일이 조금만 줄어든다면

나는 주저 없이 예술 쪽으로 기울고 싶다.


왜냐하면 그곳에 더 많은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돈과 일은 물질적인 세계 속에 속한다.

그것은 필요하지만, 결국 허무하다.


손에 쥐고 있어도 어느 순간 흩어지고,

채워도 곧 비게 된다.



image.png?type=w1 내가 만든 선물들


반면 예술과 문학, 철학은 마음을 채운다.


그것은 허무하지 않다.

그것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붙잡아준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것,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그쪽에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철학적 질문을 붙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의 조건을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삶의 의미를 지키는 일은 더 중요하다.






나는 다시 다짐한다.


바쁘고 치이는 지금도,

예술과 문학, 철학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말자고.


일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더라도,

그 균형의 줄타기를 포기하지는 말자고.


삶은 결국 완주해야 하는 다리다.


나는 오늘도 흔들리며 걸어가고,

중심을 잃을 뻔하다가도, 다시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언젠가 다리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묻고 싶다.


“나는 인간다움을 끝까지 지켜내며 걸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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