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대단한 일일까

김가인 에세이

by 김가인 오로시


나는 오래도록 '산다'라는 것

그 자체로 그저 대단한 것이라고 믿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어렸을 때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홉 살에 긴 병원 생활을 했다.


먹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고, 또래 아이들이 뛰노는 시간을 병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보냈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힘들었다. 그때는 단순히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기적처럼, 혹은 가족의 정성 덕분에, 나는 그 시간을 지나 다시 살아 돌아왔다.


그 경험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살아난 내가 앞으로는 대단하게 살아야 한다.”


그런 생각과 결심이 어린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대단하다’는 말의 그림자


그때 내가 생각한 ‘대단하다’는 건 사실 막연했다.


‘큰 무언가’, ‘유명한 무언가’와 같은 단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남들 앞에 이름을 남기고, 누가 들어도 인정할 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 살아 돌아왔으니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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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아가면서 알게 되었다.

대단한 삶은 그렇게 화려한 이름이나 큰 무언가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사는 건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다.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추억을 쌓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그것이 전부였다. 그 전부가 사실은 가장 큰 것이었다.




허황된 꿈에 쏟아부은 시간들


돌아보면, 젊은 날의 나는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과 행복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보다, 허황된 ‘대단함’에 더 마음을 쓰기도 했다. 인정받고 싶었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욕망은 쉽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


끝없이 비교하고,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고,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행복은 멀리 있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내 곁에 있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놓쳤을 뿐이다.



요즘의 깨달음


요즘 들어 나는 그 ‘대단한 삶’에 대해 내려놓으려 노력한다.


크고 화려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그것은 목표를 완전히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나를 덜 괴롭히는 방식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나를 돌보는 방향으로 삶을 전환해 가고 있다.


스스로에게 자주 말한다.


“굳이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애쓰지 마. 충분히 넌 매일 잘 살아내고 있어.”


이 말은 나를 위로하고, 동시에 나와 비슷한 강박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건네고 싶은 말이다. 우리는 이미 살아내고 있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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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지 않아도 충분한 삶


살아간다는 건 특별한 무언가를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일이 아니다.

삶은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삶은 그냥, 살아내는 것 자체로 충분히 빛난다.


어린 시절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처럼, 지금의 나는 그날의 연장선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그 자체가 기적이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까?


아직 답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지켜야 할 가치이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다.




오늘의 결론


나는 여전히 가끔 흔들린다.

대단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대단함은 이름에 있지 않고, 화려한 목표에 있지 않다.


매일의 작은 일상 속에서, 웃음과 추억 속에서 충분히 대단한 삶은 완성된다.

삶은 원래 그저 그런 것 같아 보이지만, 돌아보면 이미 충분히 특별하다.


나도, 당신도, 오늘을 잘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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