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라나는 힘에 대하여

올리브 나무에게 배운 생명력

by 김가인 오로시


겉보기에는 무성하고 잘 자란

올리브 나무였다.



가지마다 잎이 빼곡했고,

흙 위에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속은 텅 비어 있었다.




image.png?type=w1 옛날 예쁘게 이발한 사진이 없네ㅜㅜ그냥 무성.ㅋ


겉만 그럴듯하게 자라 있었을 뿐,

안쪽은 마른 가지뿐이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나를 닮아 있었다.




갑작스러운 전지의 날



일주일 전쯤이었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그냥 그 날의 공기가 좋아서

나무를 싹둑 잘라버렸다.



“이건 아닌 것 같아.”



image.png?type=w1 '이것도 아닌거 같아...'


그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왔고,

가위를 들었다.


겉에만 잎이 자라 있는 모습이

마치 보여주기식의 삶 같아서,

고민 끝에 과감히 잘라냈다.


가지마다 무성했던 잎들을

다 잘라버리고 나니

한동안은 텅 빈 풍경만 남았다.



그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



정말 이 나무가 다시 자랄 수 있을까?


이렇게 다 잘라버렸는데,

혹시 이제는 영영 끝난 게 아닐까?




새순이 피어오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나서,

신비로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삭막했던 가지 끝에서

연약한 초록 잎들이

하나둘씩 솟아오르고 있었다.



딱딱한 나무껍질 사이에서 뿅뿅,

마치 누군가가 밀고 나오는 듯한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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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카페 문을 열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잎들을 바라본다.



이토록 연약한 새순이

거칠고 질긴 껍질을 뚫고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그 작은 존재들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괜찮아, 다시 자랄 수 있어.”




비움이 있어야 채워지는 것들



나는 그동안 얼마나

‘겉모습’에 집중하며 살았을까.



잎이 무성해 보이면

잘 자라고 있다고 믿었고,

밖으로 보여지는 초록이

곧 건강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 안은 비어 있었다.

내 마음도, 내 작업도, 내 일상도.

그래서 과감히 잘라냈다.


꾸며진 말, 과한 욕심,

보여주기 위한 성취들을.


겉모습은 초라해졌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다시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움은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처음으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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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올리브 나무가

잎을 잃고도 새순을 틔우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다 잘라내야만 비로소 다시 자랄 수 있었다.




인생도 뿌리만 단단하면



요즘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인생도 뿌리만 튼튼하다면,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나무가 그걸 보여줬다.


겉의 가지와 잎은 아무리 잘라내도,

잘 내린 뿌리가 살아 있으면 다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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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그렇지 않을까.


모양과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내 안의 믿음과 의지가

뿌리처럼 남아 있다면

언젠가 다시 무성해진다.



그리고 그 무성함은 이전보다 더 단단하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화려함이 아니라 복원력이었다.


새로운 잎을 피워내는 힘,

다 잘라내고도 살아남는 힘,

그게 진짜 생명력이었다.




다시 자라나는 용기


이젠 나무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잘라내야 할까?”


익숙해서, 두려워서,

혹은 나를 지켜주는 척하며

숨 막히게 만드는 것들.



그것들을 하나씩 덜어내야

새로운 나를 틔울 수 있다.



잘라내는 건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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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올리브 나무를 바라봤다.


연약한 잎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 따뜻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식물이 자라는 게 아니라,

나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나는 이제 믿는다.



다 잘라내도 괜찮다고.



비워도 괜찮다고.



살아 있는 한, 뿌리가 있다면



언젠가 다시 이렇게 푸르게 자라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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