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많다는 말의 무게

"재능이 많아서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죠?"

by 김가인 오로시


이번 한 주 동안 유난히 많이 들은 말이 있다.


“가인 씨는 참 재능이 많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그리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그 말 뒤에는 늘 어떤 그림자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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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많아서 공사다망하겠어요.”


“재능이 많아서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죠?”


“할 줄 아는 게 많으니까 오히려 복잡하죠.”



누군가는 칭찬의 뜻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내게는 마치

‘당신은 방향을 잃은 사람 같아요’라는 말처럼 들렸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들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듣는 말이었다.


심지어 사주를 보러 가도 “재주가 많아서 문제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땐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지만,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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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정말 많은 일을 한다.

카페를 운영하고, 디자인 일을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강의도 준비한다.

겉으로 보면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정작 나는 늘 시간에 쫓기고, 마음은 분주하다.



다행인 것은, 그 모든 일이 ‘쓸모 없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각각이 내 수입과 연결되어 있고,

내 삶의 한 조각이 된다.

그래서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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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늘 묘하게 허전하다.

무언가를 계속 해내고 있음에도, 내 안은 채워지지 않는다.


왜일까.


아마도, ‘하나의 중심’을 놓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무언가를 완벽히 몰입하기보다

여러 일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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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성취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이 많은 일들 중 무엇이 ‘진짜 나’를 드러내는 일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본업’인지 가끔 헷갈린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잡(job)이 여러 개인 시대니까, 당신은 시대를 잘 타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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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지금은 한 가지 일로 평생을 버티던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다재다능함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 점에서는 다행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한 우물 못 파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오히려 ‘다양한 우물을 함께 파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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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많다는 말은 여전히 내게 ‘축복’과 ‘짐’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며 사는 기분이다.





가끔은 하나의 일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일을 매일같이 파고들어, 깊이를 쌓아가며 살아가는 삶.

그 단단한 집중과 단순함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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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나는 나의 ‘잡다함’을 사랑한다.


이 다양한 일들이 결국 나를 이루는 요소이니까.

아마도 나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일 것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보고, 느끼고, 시도해야만 비로소 안심이 되는 사람.

그게 피곤할 때도 많지만, 결국 내 방식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기운이 빠진다.

감정의 진폭이 큰 편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한다.



그래서 오늘 이 글도 어쩌면

‘감정의 바닥에서 쓰는 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재능이 많다는 건, 결국 ‘표현의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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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이 때로는 나를 흔들어놓지만,

결국 그 다양함 덕분에 나는 살아있다고 느낀다.


재능은 불행이 아니다.

다만 그 불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뿐이다.


아마 그건, 내가 아직도

나의 재능들을 완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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