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답사] 스타벅스장충라운지R과 김중업건축문화의집-1

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대가가 리모델링한 주택

by Architect RIM

24년 10월, 이 날은 <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대가가 리모델링한 주택>을 주제로 장충동 '스타벅스장충라운지R'과 장위동 '김중업건축문화의집'을 찾았다.

먼저 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을 방문하였다.


1966년 대선제분 가족의 집으로 지어진 한 주택이 2024년 가을, 스타벅스 장충라운지 R로 다시 태어났다.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는 나상진.

김중업, 김수근보다 앞선 시기의 1세대 건축가로, 공공 건축 위주로 활동했기에 주택 사례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건축물은 단지 리모델링된 스타벅스 매장이라기보다 잊혀졌던 근대 건축가의 흔적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였다.


답사를 마치고 공간의 기억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2022년 오픈하우스를 통해 공개된 이 집의 원형 자료를 발견했다.

도면과 사진. 그리고 3D 스캔 기반의 웹VR 콘텐츠를 통해 리모델링 전의 주택 내부와 공간 구조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OPEN HOUSE

(https://www.ohseoul.org/2022/programs/동백꽃-까치내-1/event/266)

(https://www.ohseoul.org/2022/programs/동백꽃-까치내-디지털-공간-기록화/event/266)


<오픈하우스 서울 2022:동백꽃 까치내>에서 제공한 자료와 내가 답사하면서 둘러본 기억을 회상하면서

현장에서는 추측에 그쳤던 보존 요소들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존속되었는지 자료를 통해 하나씩 짚어볼 수 있었고, 리모델링의 방향성 또한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멋스럽게 열려있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주택의 차고지로 동선이 시작된다.

주택 시절의 차고로 쓰였던 지하 공간이 현재는 전시 및 대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공간의 규모로만 보아도 이곳이 단순한 규모의 주택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하.jpg 지하층 대기공간 및 전시공간

지하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본격적인 카페 공간이 열린다.

방문 시점이 오픈 한 달 즈음이어서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다.

전체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인상 깊은 디테일은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보존요소2.jpg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1. 우물마루 형태의 바닥 마감 2. 계단과 난간 3. 리셉션룸 벽체 마감 4.1층메인룸 바닥마감)

웹VR을 통해 답사 당시 추측에 그쳤던 보존 요소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층 난간 하부의 우물마루 마감, 1층 리셉션룸 벽면의 석재 타일과 목재 루버 조합, 그리고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2층의 대리석 벽난로 등은 기존 주택의 요소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계단의 마감 역시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였고, 1층 메인룸의 바닥 석재 타일은 기존의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원래 목재였던 바닥을 새롭게 덧입힌 것이었다.

외부.jpg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1-2. 1층 옥외공간 3. 건물 우측면 4.2층 발코니)

건물은 2층 발코니 난간은 일부 변경되었지만

옥외의 바닥 타일, 건물 외벽 타일과 목재 마감 등 전반적으로는 원래의 공간을 따라가는 방식의 리모델링이었다.


인상 깊었던 디테일은 타일과 잔디 사이의 ‘자갈층’이었다.

도면에는 타일과 잔디 사이에 약 300mm 폭의 자갈 띠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기존 주택 시절엔 시공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이 자갈 마감이 되살아났고, 이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자갈층은 타일과 잔디. 두 재료의 경계를 정리하고 빗물 처리를 위한 트렌치 역할까지 수행하는 실용적 장치인 장치이다.

이처럼 가시성이 높지 않은 디테일까지 되살렸다는 점에서 이번 리모델링이 설계자의 원안에 대한 깊은 경청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MG_0490.jpeg 기존 도면에 표현된 바닥타일 마감 옆 300폭의 자갈과 경계석 마감

나상진 건축가가 설계한 본래의 주택은 한옥의 평면 구성을 참조하며 우물마루, 서까래와 같은 한국적인 디테일들을 현대 주택의 감각으로 조율해 낸 것이 특징이었다면,

스타벅스는 그 디테일을 과하게 과장하거나 해체하지 않고 카페라는 용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조율했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존재했던 공간이 지닌 시간의 결을 읽고 이어가려는 태도.

변화보다는 연결, 개입보다는 경청을 선택한 방식.

그런 리모델링이 오히려 이 공간을 지금 다시 살아 있는 건축으로 만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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