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대가가 리모델링한 주택
<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대가가 리모델링한 주택>을 주제로 장충동 '스타벅스장충라운지R'과 장위동 '김중업건축문화의집'을 찾았던 24년 10월의 어느 날.
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를 이어
대가가 리모델링한 주택 장위동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을 찾았다.
장위동 230-49
석계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장위동 안쪽으로 들어갔다.
주민센터 앞에서 내려 골목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만나는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이 집은 원래 동방생명 사택 중 하나였다.
1986년, 김중업 건축연구소의 리모델링을 거쳐 주택으로 다시 태어났고,
2017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며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김중업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다.
르꼬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한국의 정서와 공간 문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려 했다. 그의 작업에는 전통적인 요소들이 감각적으로 변형된 채 자리 잡는다.
답사하면서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공간 안에 김중업 특유의 ‘거장의 흔적’이 직접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리모델링되기 전 주택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 전의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7년 이 주택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고
로드뷰를 통해 2017년 이전 차고지가 있었을 때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문을 지나 우측의 벽돌 계단을 오르면 본채로 들어서는 마당이 보인다.
매번 답사 때마다 실수를 한 번씩 하는데, 이번엔 외부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정문을 드러서 우측계단을 오르면 사진에서와 같이 마당과 유리온실이 보인다.
유리온실은 김중업 주택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이다.
김중업 선생님은 유리온실을 내부와 외부 사이의 전이공간으로 실내에 있으면서도 자연의 리듬과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사용하였는데, 비 오는 날 마주한 유리온실은 공간을 더욱 시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다채로운 빛이 바닥에 드리운다.
현관으로부터 거실로 연결되는 복도는 우물마루 바닥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한옥의 마루 공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거실로 들어서면, 프랑스산 널찍한 바닥 타일과 수직 줄눈을 감춘 반격지 벽돌, 시간이 남아 있는 벽난로,
그리고 바깥으로 연결된 작은 유리온실이 어우러진다.
고유한 풍경이면서도 과할 듯 과하지 않은 조화를 이룬다.
공간의 질감은 일관된다.
현관에서 복도, 계단실까지 반격지 벽돌이 이어지고
계단실엔 샹들리에와 스테인드글라스가 겹쳐지며 의외의 장면을 만든다.
요소 하나하나는 존재감이 있지만, 유난스럽지 않게 잘 엮여 있다.
2층에도 거실이 있다.
천장은 서까래를 연상시키고, 채광창은 장지문을 닮았다.
바닥은 우물마루.
전통 공간이 해체되지 않은 채 현대 주택 안에 녹아 있다.
그밖에 2층 안방에서 드레스룸과 욕실, 화장실로 이어지는 동선은 당시 중상류층의 생활 패턴과 감각을 반영한다.
이 집은 리모델링된 주택이지만 김중업의 언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의 다른 주택에서도 반복되는 요소들이 여기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자연과 맞닿는 온실, 우물마루와 미서기 장지문, 서까래를 닮은 천장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와 벽난로 같은 조형적 장치들.
각각의 요소가 독립적으로 과시되기보다는 공간 안에서 조율되어 전체의 감성을 구성한다.
이 집은 한국적 맥락으로 재해석하고, 한국 건축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던 김중업 선생님이 추구했던 건축의 태도를 감각적으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대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대가가 리모델링한 주택
장충동의 스타벅스 라운지R과 장위동의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두 공간 모두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쓰이고 있지만, 방식과 방향은 전혀 달랐다.
카페로 바뀐 나상진 건축가의 주택은
기존 건축가의 설계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새로운 용도에 맞게 섬세하게 조율된 공간이었고.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은
대가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간 공간이다.
리모델링이라는 작업은 결국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