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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가인 May 30. 2022

2년 창업하며 배운것- Follow the Fear


전에는 Follow the Fun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Fear를 쫓으라니 무슨 말일까? 창업을 하게 되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과 매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미지의 영역이고 잘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섭다. 처음에는 IR 자료를 발표하는 것도 무섭고, 첫 영업 전화를 거는 것도 무섭고, 새로운 팀원을 뽑을 때도 무섭고, 팀원이 갑자기 1:1로 대화 좀 하자고 할 때도 무섭다.




하지만 이 두려움을 적극적으로 쫓아야하는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의 upper bound는 창업가의 성장 속도에 있다.

특히 초기에는 창업가가 곧 회사고, 회사가 곧 창업가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속도는 창업가의 성장 속도와 묶여있다. 자신이 상상하고 움직이는 만큼 회사의 성장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설레고 신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코딩을 배우니 수동으로 하던게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영업을 배우니 거래처 하나가 더 생기고, 마케팅을 배우니 고객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또 피칭을 연습하니 돈이 수백에서 수천씩 한 번에 들어오는 짜릿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사실 비즈니스를 해야하는데 피칭으로 인한 ROI가 너무 높으니깐 피칭만 겁나 연습했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또 나는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product가 돈을 벌어오기 시작하면 그 때는 진짜 미쳐버린다고한다. 왜냐면 자신이 일하는 시간만큼이 곧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나도 한 번만 미쳐보고싶다)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내가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한 만큼 시야가 좁고 하는 모든일의 임팩트 계수는 작을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내가 모든 콜을 내리고 전략을 짜기 때문에 나의 옹졸한 시야만큼밖에 나아갈 수 없다. 더 무서운 점은 이것을 스스로 눈치채기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위에 창업가를 많이 두고, 쓴 소리를 해줄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메타인지를 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내가 1년 동안 product를 단 한 개도 못팔았을 때도 스스로 굉장히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두려움의 크기가 큰 곳에 보통 지름길이 있다.

목표에 다다르는 수많은 방법 중에 가장 크게 깨질 것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물론 깨지는 건 내 회사가 아니라 내 멘탈이어야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이것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스스로 캐치하고 '내가 지금 가장 두려운 게 뭐지?'라고 한 번 되물어보는 것이 좋다.




마스크 자판기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나서 B2G 제품으로 정의하고 서울 내 있는 구청을 타겟으로 삼았다. 그런데 B2G는 고사하고 B2B 세일즈조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에 그냥 엄청나게 막막했다. 우선 그 구조를 파악해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조직도를 열심히 봤었다. 과연 이런 물품을 살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릴까? 그러면서 비슷한 제품을 샀던 케이스를 뉴스를 통해 찾아보고 그 회사 대표에게 메일도 보내보고 세일즈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하며 허송세월을 몇 일간 보냈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던 거 같다. '그냥 전화하면 되잖아' 누구에게? 가장 높은 사람에게. 그래서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성북구청장실에 전화를 걸었다(놀랍게도 구청장의 번호는 홈페이지에 그냥 나와있다). '와, 구청장이랑 통화하는건가' 하며 두근두근하고 있었는데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저희는 뭐 포플이라는 기업인데 어쩌구 저쩌구 하니 '아, 그럼 총무팀으로 전화하세요' '감사합니다'




총무팀에 전화하니 '쏼라쏼라' '아 그럼 복지과에 전화하세요' '감사합니다'

복지팀에 전화하니 '쏼라쏼라' '아 저희는 어려울 거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10분도 안걸려서 모든 구조를 다 파악했다. 그리고 나서는 서울에 있는 25개구의 복지과 번호를 적어둔 후에 하나씩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다 전화하다가 한 14번째의 광진구청이 당첨됐고 양천구의 서남병원에도 시범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도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전화 한 번 할때마다 진짜 통화버튼을 누르기 어려웠고 통화할 때도 목소리가 달달 떨렸다. 그런데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멘탈 깨져가면서 계속 했다.




이 시범운영은 추후에 제품을 기사화시켜 더 많은 기회들로 이어졌으며 우리의 모든 IR 피칭 자료에 아주 효자 슬라이드로 밥값을 했다.



실수를 최대한 빠르게, 많이. 하지만 같은 실수는 딱 한 번만.

Derek Sivers라는 기업가가 살아가는 여러가지 철학에 대해 쓴 책인 'How to live'에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파트는 'Make a million mistakes'라는 파트이다.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이니 일부러 실수를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역설적인 말을 한다.




많은 경우, 생각보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대가는 크지 않다. 시범운영하러 갔을 때 5분마다 기계에 에러가 나서 밤을 3일 정도 새긴 했지만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발전을 이뤘다. 영업전화하다가 상대방이 무시하며 끊어도 사실 내 감정 빼고는 손해본 것은 없지만 한 번 할 때마다 습득하는 정보가 굉장히 많았다. 




스스로도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꼭 이곳에서 투자받지 않아도 투자사는 많고, 꼭 이 고객을 설득하지 않아도 잠재고객은 많다. 조금만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면 연습구를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다. 중요한 건 연습구를 던질 때마다 무언가를 배우고 다음에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고 가려고 하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 오답노트를 정리하는 것처럼 실수들을 기록하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성장을 최우선시한다면 실수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한다. 실수와 실패를 오히려 매우 좋은 것으로 보는 시각을 갖도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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