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기성세대와 다른 욕망을 아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까요?'를 묻다
- 궁리해서 살려 놓으니 애들이 다 좋아했어요. 보편적 마음이랑 어긋나면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이야기 만들면서 제가 바뀐 게 있어요. 그때까지 염세주의, 비관주의자였는데 재밌는 얘기를 지어내다 보니 내 생각도 밝은 쪽으로 변한 것 같아요. 애들이 너무 슬퍼하거나 우울하거나 하면 저도 좋지 않아요. 애들한테는 슬픔을 감내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이 있더라고요.
- 저는 교직에 기대하는 바가 없었어요. 애들 앞에 서는 것이 너무 두려웠고. 이것도 저것도 못할 거 같았어요. 학교 가면 애들 만날 생각에 설렌다는 선생님이 있는데 그러다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애들은 우리를 설레게 할 만큼 만만하지 않거든요. 같은 반에 있기 싫고 꼴도 보기 싫을 수 있어요. 그건 당연한 거지만. 조금이라도 괜찮은 게 있으면 나한테 보너스인 거죠. 밋밋하게 세상을 바라봐요. 누가 제게 방어적 비관주의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맞는다고 생각해요.
- 교사가 행복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첫 번째로 자발적 단절이 필요해요. 퇴근 후 혼자 있는 거죠. 하루 종일 관계가 계속되는데 감정의 총량에 한계가 있잖아요. 다음 조작적 현실에서 탈출하는 거.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서 자유로워지는 건데. 포모 증후군을 극복할 필요가 있어요.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고 있다는 두려움, 스트레스를 느끼는 현상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예측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어요. 선생님들은 대개 직선적으로 살았어요. 예측 안 하기가 어렵죠. 룰대로 살면서 한 번도 학교 밖에서 나가지 않았고 그 룰에서 성공했던 사람들이니까요. 실제 현실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죠.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치명적인 단점이 돼요.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직선상에 놓고 자꾸 예측하려고 하면서 현실과 어긋나 불행이 시작됩니다. 이를테면 선생님들이 ‘이런 애 처음 본다.’는 말을 하는데 내가 예측했던 애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럼 충격이 생기거든요. 내 생각의 범위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굉장히 괴로운 거예요. 나 같으면 그런 애를 만나면 ‘왔나 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지?’ 합니다. ‘요새 이상한 애들이 들어온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회에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막 들어온 것과 똑같아요. 과거에 옳다고 했던 것이 시대와 함께 바뀌었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익숙한 것이죠. 옳은 게 아니고.
'변화해야 합니다'란 말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스마트폰 변화하듯 학교가 전면적으로 바뀔 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