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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Apr 30. 2020

<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독창적, 경탄을 불러오는 인터뷰집

"사생활의 천재들"에서 정혜윤은 

중심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아니다.

인터뷰이를 소개하기 위해 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게 되기 마련이니까. 

독자를 준비시키는 사람이이다.

자신이 경탄했던 인터뷰이를 독자도 느낄 수 있도록.


정혜윤이 인터뷰이와 독자인 나 사이에 놓는 다리를 건널지 말지는 나의 관심사와 취향에 달려있다. 

야생 호랑이를 찍으려고 오랫동안 오지의 나무 위, 땅굴 속에서 살며 1000 시간 여의 영상을 갖게 된 남자의 이야기는 경이로웠다. 그가 견디는 시간은 어린시절 소를 팔러 밤새 걷던 오솔길의 시간으로부터 이어진 것임을 찾아내는 정혜윤의 섬세함에도 경이로움을 느꼈다.


과학자들이 현실은 결속성이거나 가능성의 세계라는 걸 발견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나도 세계의 본질이나 근본에 관심이 있다. 많은 이들도 그러할 것이다. 여기에 관심을 가진 만화가 윤태호 이야기는 그냥 '미생'을 그린 만화가라며 불쑥 소개했다면 그저그런 인터뷰로 읽었을지 모른다.


인터뷰 후 에필로그 격에 해당하는 문단에서 '움직임은 확신이 아니라 질문에서 나오며 이 질문을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질문'이라고 한 말이 인상 깊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지? 나는 왜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이 몸으로 이 세상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와 같은 질문말이다. (윤태호는 심한 피부병으로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살았다)


정혜윤은 여기서 적당히 글을 끝내지 않는다. 혹시 모를 오독을 방지하는 다리놓기를 잊지 않는다. 


혹시 '온갖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뚫고 마침내 성공했다'로 들리는가요? 제 귀엔 그 반대로 들립니다. '온갖 어려움을 많은 도움을 받고 간신히 뚫고 나왔으며 아직도 두려움과 불안으로 떨린다'로.


나도 전자로 읽을 뻔 했다. 역시 되는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걸 알고 좋아하며 남다른 집요함으로 노력하는 시간이 있는 거야. 

그걸 애들한테 말해줘야겠다고.



이런 인터뷰들이 다양한 분야로 여덟 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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