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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Oct 31. 2019

남들 일할 때 떠나는 여행의 맛,  크로아티아1

여자친구들과 한적한 가을을 만끽하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지 35일만에 사퇴했다. 내가 크로아티아로 떠나기 하루 전날 일이다.  맘이 싱숭생숭 좋지 않았으나 다녀오면 나라가 좀 안정되어 있기를 바라며

2019년 10월 15일. 대한항공 919편으로 대한민국을 떠났다.

우리는 성수기가 9월까지라지만 10월에 갔다. 관광객으로 북적여 사람구경하는 것보다 한적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여행이 하고 싶었다. 20년 넘게 일만 성실히 하다 겨우 얻은 휴식의 시간 아닌가. 비록 무급이지만 돈벌어 이럴 때 쓰는 거지 하며 과감히 투자한 여행의 시간

이번 여행은 몇 년에 한 번 겪을까 말까한 사건을 세 가지나 경험한 어메이징 여행이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해안도로를 보려고 자다르에서 렌트카를 받아 두브로브니크로 들어가 반납.  '여행과 지도'를 통해 허츠에서 차를 렌트했다. 그리고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8년 전 스페인 여행 때는 수원 지방경찰청에 찾아가 발급 신청을 해야 했으나 이제는 동네 경찰서 민원실에서도 가능하고, 운전면허시험장, 공항에서 당일에도 가능하다(간이 작아서 당일 발급 신청은 못 하고 경찰서에서 미리 준비했다.)

렌트카 예약 완료, 국제운전면허증 준비 완료


첫 도시 자그레브의 에어비엔비 숙소. 테라스도 있는 전망 좋은 8층. 오후에 왔다가 다음날 아침 출발이라 잠시 들렀다 간 곳.
중앙역 앞 공원을 들어가면 보이는 건물, 크로아티아 국립국장
지붕의 그림이 유명한 성 마르코 성당과 시내 어디에서든 보이는 랜드마크 고딕 양식의 자그레브 성당


우리의 옆 자리에는 외국인 여성이 창가에 앉아 이륙 전부터 헤드셋을 끼고 의자에 푹 눌러앉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우리 둘의 들뜬 목소리와 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잠을 방해할 까봐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 여행이란 그런 게 아닌가. 사방이 시끌시끌하고 낯선 언어로된 감탄사가 들리고 낯선 냄새가 나는 것.

크로아티아는 동유럽에 위치해 있지만 유로는 잘 쓰이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장이나 음식점에서만 통용되고 나머지는 크로아티아 통화인 쿠나. 또는 카드. 대개는 캐시를 원했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ATM기가 많았다.


떠나기 전 글쓰기 모임 학인 '유월의 초록'이 글감 많이 만들어 오라고 했다. 글감이라면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다 환영할 수 있다. 글감이 안 되는 건 평범한 행복일 것이니 누리면 된다.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닌데 강력한 글감이 많이 생겼다. 떠나기 전 렌트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아 찝찝했는데 오히려 그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다. (국내 에이전시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갖고 있었음을 확인)


10월 16일 화. 일기예보와 달리 날씨가 무척 화창했다. 여행 내내~

유네스코에 올라 있는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 여행의 양대 산맥 중 하나.

기대이상의 풍광을 보여주었다.

그 플리트비체 폭포 아래 호수로 정현이 양말을 벗고 들어갔다. 핸드폰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호수와 호수 사이는 나무 널판지를 대어 길을 만들어 놨는데 널판지와 널판지 사이 약간의 틈이 있다. 그리고 널판지의 가장자리엔 아무 보호 장치가 없다. 누군가 밀면 빠지는 구조. 대신 시야가 툭 트인다. 뭔가 빠질까봐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실제 걱정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건진 폰
우리의 숙소 빌라 베르드

호텔급 아침식사. 점심도시락도 가능

숙소 앞 뜰

다행히 핸드폰은 전원을 끄고 잘 말리니 무사했다. 이런 일이 있다니 첨에 이게 큰 일이었다. 그러나 신이 우리에게 점층법을 쓰는 줄 몰랐다. 사건의 강도는 뒤로 갈수록 커졌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플리트비체에서의 첫날 기대이상의 쾌적하고 넓은 방에 우리는 감하며 만족감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저녁 산책을 나갔다.

별이 또렷이 보이네. 날이 맑아 그런가봐. 공기도 시원하다. 조잘조잘하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 건너편에서  한국인 출현! 게다가 아는 사람! 하늘새 아냐?

이런이런 우연이 있나 히히낙낙하며 우리 숙소로 데리고 들어와 자고 있다 놀라 일어난 산꽃과 상봉 인사 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수다를 떨었다.

다음날의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하고 우린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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