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내가 발열체크 담당이라 8시까지 출근했다. 열체크 카메라에 지나가는 학생들의 체온이 37.5도가 넘지 않으면 동그라미가 그려진 손 팻말을 들어 올린다. 이걸 몇 번을 올렸다 내려야 끝나나 지겹다 할 때쯤.
오전 8시 40분 경, 굳은 얼굴 빠른 발걸음으로 1층 현관에 들어선 교감, 교장 선생님. 애들을 지금 빨리 집에 보내라신다. 왜요? 하고 쳐다보니 뒤 따라 온 @반 선생님이 속닥인다. ‘저희반에 확진자가 생겼어요’ 이런 지필시험 둘째날인데.
얼른 우리반 교실에 들어가 일찍 온 학생들에게 ‘얘들아, 얼른 짐 싸서 집에 가. 우리 학년에 확진자가 생겼대. 시험 연기래. 일단 가 있으면 반톡에 공지할게’하고 서둘러 아이들을 보내고 교무실에 올라갔다.
[10월 6일 08:48] 급공지. *학년 일반계 시험연기! 학교 등교하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면서 이후 안내 기다려주세요.
사유: *학년 학생확진자 발생
[10월 6일 08:50] 자가진단 해 주세요. 약간의 감기 기운이라도 코로나 검사해주세요.
[10월 6일 09:25] *학년부 안내. 안내드립니다. 금일 오전 8시40분 *학년 학생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오늘 모두 귀가 조치 했습니다.
현재 정해진 사항
*학년 기숙사 학생 포함 전원 귀가-반드시 집에서도 KF94마스트 착용 필수
시험 연기- 추후 진행상황에 따라 안내 예정
코로나 검사 여부-질병관리청 지시에 따라 진행 안내할 예정
추후 진행상황은 계속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걸로 부모님 보여드리세요. 궁금한 게 생기면 추측하지 말고 샘한테 질문해주세요.
기숙사 애들은 어떻게 해요?
저희 코로나 검사 받아야 해요?
그 친구 선택 과목 알 수 있을까요?
저희 오늘은 수업 없나요?
내일 학교 가요?
선생님 저희 행동 제한이에요?
질문이 쏟아지고 아직 전달 받은 내용은 추가로 없는 상황. 보건 선생님은 바쁠 거고 우리끼리 추측해서 행동할 수도 없고. 당황스러웠다. 인터폰이 울린다.
“선생님, 지금 공가 내고 코로나 검사한 후에 집으로 가 있으세요. 어제 @반 시험감독 하셨죠?”
서둘러 공가를 기안 올리고, 같은 교무실에 어제 @반 감독 들어간 동료 선생님을 태우고 선별검사소로 갔다. 사람이 없어 금세 검사하고 집으로 왔다.
메신저를 켜니 오후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하라는 연락과 기숙사에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맞냐는 질문과 함께 공지가 또 도착하여 나도 공지를 보냈다.
[10월 6일 10:45] *학년 학생 전체 코로나 진단 검사해야한다는 연락 왔습니다~ 샘도 검사받고 집에 왔는데요. 늦게 가면 사람 많아서 대기시간 길 수 있으니 가능한 빨리 가세요.
보건소로 가요?
언제까지 검사 받아야 하나요?
내일 받아도 되나요?
대중교통 이용해도 되나요?
질문과 답을 반복하고, 전달사항 받은 것을 정리해서 공지로 내보내고를 오후까지 반복하는 동시에 검사받은 학생의 현황을 조사했다. 단체톡의 공지대로 하는 학생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재적 인원에서 1명 빼고 다 검사받으러 간 #반 담임의 ‘검사 완료’ 보고가 부럽다. 평소 원격 수업도 재깍재깍 시간 내에 듣더니 뭐든 재깍재깍이군. 끙~ 누구 누구 안 간 거지? 이럴 때 보면 평소 무단 결과를 하거나 무단 지각을 한 애들이 이럴 때도 안 해서 두 번 손이 간다. 아직 안 간 학생을 체크해서 반톡에 올린다. 8명이다. 아직 안 간 건지, 갔는데 말을 안 한 건지 묻고 대답이 없는 학생에겐 전화를 건다. 4명이 남았다. 2명은 전화를 받고 2명은 안 받아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안 받는 1명이 있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엄마를 찾을까? 학부모는 ‘부’라는 글자가 ‘모’라는 글자보다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따질 겨를은 없다. 엄마가 애들 챙기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편의상 나부터도 학생의 엄마한테 먼저 전화를 건다. 응급상황에 작동하는 기제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7교시용 수업 준비를 한다. 시험이 끝나면 금요일이라 학교 숲으로 나가서 수업할 예정으로 만들어 둔 산책시 2편의 본문을 PDF로 변환, 패들렛 프로그램에 시 본문과 활동내용을 만들어 올리고 문학 부장에게 링크를 보낸다. 시를 읽고 자작시 써보기를 영감이 떠오르는 곳을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하게 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집에서 하게 되다니! 시험이 연기된 날, 낭만 한 톨도 없이.
그 사이 온 공지를 정리해서 보낸다. 내일도 원격수업이며 금요일 일정은 추후 안내.
오늘의 수업활동을 했는지 체크해서 안한 사람 명단을 톡방에 보낸 시간 오후 8시 31분.
내일은 검사결과를 수합해서 보고해야 한다. 모두 음성 나오길. 나도. 남편은 출장 중, 아들은 학교 기숙사에 있어서 나는 저절로 자가격리 상태. 이럴 땐 다행이다.
깔끔히 정리된 공지만 아이들에게 내보냈지만 교사들 단톡방은 호떡집에 불난 모양새였다. 첫 글은 08시 49분에
“확진자 터졌다고 하교하라는 말이 있다던데 애들 장난이죠?”
“진짜예요. 학교에 있는 애들 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헉 네”
“(앉아서 울고 있는 곰돌이 이모티콘)”
이후 보건실에서 비상연락망(주민번호 입력한) 제출 독려와 교실 환기, 학생 안내, 보건소 업무 폭주로 오후 역학조사 일정 안내, 원격수업을 5,6,7교시 하라고 했다가 7교시 하라고 했다가 지시가 바뀌고, 복무관련 안내가 오고, 우리는 알지 못하는 시험 일정 연기된 이 날짜가 맞냐고 정리된 표의 캡쳐본을 학생 질문이라고 올렸고(알고 보면 학부모에게만 보낸 e알리미 탓)
확진자 생긴 반은 모두 2주간 자가격리인데 공지된 시험 일정은 그보다 앞이라 앞뒤가 안 맞는다고 교사톡방에서 웅성웅성. 자가격리반이랑 다른 반이랑 동시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는 넋두리 성 토로.(뭔 일만 생기면 넋두리성 토로를 주로 하는 캐릭터가 있고 여기에 댓글을 다는 사람도 정해져 있는데 댓글 다는 사람 중엔 나도 있다. 나는 왜 자꾸 답을 하려 할까 멈춰 생각해본다)
오전 11시37분엔 새로운 확진자가 특성화반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모두가 걱정했던 기숙사생 1명도 확진자로 확인되어 우리 반 여자 기숙사에 있는 다섯 명의 아이들도 자가격리자가 되었다. 확인되기 전에 소문을 듣고 불안해진 반 학생 여러 번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숙사 확진이 맞느냐/ 누구냐/ 여자냐 남자냐 /*** 맞냐’ 네 단계에 걸쳐 질문을 보내오는 동안 학생은 불안 초조했을 것인데 개인정보라 내 임의로 말해줄 수도 없고,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곤란함 속에 역학조사가 끝나서 최종 공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퇴근해서 드디어 차박 가능한 내 차에 캠핑 의자랑 간식 싣고 동네 공원에 가서 우중 차박을 해보자고 예전부터 기대했던 그날이다. 우울한 맘으로 약속을 연기하고 하루 종일 메시지 보내느라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찌뿌둥한 몸을 요가 영상 보며 스트레칭 해본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 잡생각 드는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