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이어폰을 나눠 끼고 같이 걸을라치면 아무래도 불편했다. 그때 신박한 물건을 알게 되어 냉큼 샀다. 어느 영화인가 드라마에 나와 눈여겨봐 둔 거였다. 각자의 이어폰을 한 폰에 끼워 같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몸은 좀 더 편할 수 있는 연결잭이다. 물건을 사고 나서 써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이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무선 이어폰의 시대가 와 버렸다. 아~아쉬워라
오늘 문득 생각이 나서 친구랑 같이 걷기로 한 김에 신박했던 물건을 써먹어보는 소원을 이뤄보려고 한다. 친구한테
"유선 이어폰 있으면 갖고 나와. 내 소원을 들어줘."
"유선은 없는데..."
"그럼 그냥 나와. 내가 두 개 갖고 가서 소원을 이뤄볼게"
나는 아직 유선이 두 개나 있다. 잘 쓰지 않는 오래된 것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가? 빈티지스러운 취향을 가진 것일까? 카세트테이프를 버린 것도 바로 얼마 전이다. CD는 아직 갖고 있다. CD를 넣는 플레이어도 있으니까 쓸모가 있겠지? 음악 듣고 싶을 때 CD를 꺼내진 않으면서 버리긴 아까워 갖고 있다.
예전 물건, 요즘 물건. 어느 것도 쓸모를 다하지 말고 같이 쓰이면 좋겠다. 오래된 것을 새것이 대체해버리는 일이 편리함 속에 감춰진 무지막지함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