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데 희소성이 있는 책이다.
한국에 논픽션 작가가 밥 걱정하지 않고 일하기 척박한 걸로 알고 있다. 안타깝다.
이 책에는 한국에서도 팔리는 논픽션을 추구한 작가들을 찾아 인터뷰하여 실었다.
인터뷰를 공부하기에도 좋고, 논픽션 공부의 출발점 삼기에도 최적인 책.
<고기로 태어나서>로 유명한 한승태. 한승태가 그의 본명이 아닌 명랑 학원물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필명이란 것을 처음 알았고, 직접 몇 년이고 일하면서 그 속에 들어가 있다가 나와서 그것에 대해 쓰는 '몸으로 쓰는' 르포작가로 앞으로도 일해야 해서 얼굴 알려지면 안되니 사진을 싣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와 닿았다.
노동 현장의 비참함을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을 구사하는 매력자. '어떤 심각하고 어두운 주제든 재밌게 쓰고 싶다'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는. 재밌는 표현이 있으면 따로 적어놨다가 기회가 될 때 이리저리 바꿔 적용해본다고 하는데 나도 얼른 공책 하나를 만들었다.
그에게 '재미'는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자 저자의 메시지를 독자가 받아들이게 만드는 '쿠션'이다. '유머는 도덕적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한승태의 말에 완전 동의한다.
그는 목격자가 남긴 기록과 공범이 남긴 기록의 차이에 주목하는 사람. 연극영화 용어를 빌리면 '메소드 르포'를 쓴다.
작가의 잘못된 행동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를 같은 지점으로 끌어들이는 사람.
중복되는 팩트를 잘라내고 사람 얘기를 살려 읽을 맛이 나게 쓰는 사람. "때로는 본론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
사진으로는 묘사할 수 없는, 하지만 글로는 묘사 가능한 것이 무엇일까 꾸준히 의식하며 쓰는 사람.
<웅크린 말들>을 읽고 너무 충격과 감동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기억이 나는 한겨레 기자 이문영이 두번째 인터뷰이다.
이밖에 사법전문기자 이범준,
기자 출신 유명 작가 장강명,
<남산의 부장들> 시리즈를 쓴 김충식,
오마이뉴스에서 기자 시작, 탐사보도 전문매체 <셜록>을 만든 박상규,
영화 <밀정>의 원작 격 논픽션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을 쓴 김동진,
한국 보수진영 대표 논객으로 불리는 조갑제. 긴 호흡의 탐사보도와 다수의 특종을 발굴하며 기자로서 명성이 대단했다고 함.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썼다. 고나무. 직업 소재 및 실화 모티프 범죄스릴러, 웹툰, 웹소설 기획사 팩트스트리 대표다.
김당. 국내 유일 국정원 전문 기자
고경태. 베트남 전 민간인 학살을 보도. 한겨레21 창간팀에 입사 후 20여 년간 이어진 베트남 전쟁의 실상 보도.
쟁쟁한 르포 작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인터뷰로 읽는 흥분감이 좋다.
덧. 책의 두께에 비해 가로 길이가 짧아서 넘겨보기 불편한 판형이다. 손에 쥐가 난다. 디자인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