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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Apr 28. 2024

방황하는 소설

일곱 편의 단편 모음집

방황하는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내가 알던 작가는 정지아, 박상영, 김금희, 최은영. 새로 읽게 된 작가는 정소현, 김지연, 박민정.

엮은이들이 까뮈가 부조리한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근원적 물음을 담은 '이방인'처럼.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사람과 세상을 모아 또 하나의 이방인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책에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고민과 방황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방황' 포인트여서 그런지 내용이 다채로웠다. 엮은이들 말대로 세대도 다양했고 그래서 풍성한 느낌이 들었고 흥미로웠다. 


나는 특히 정지아 작가의 작품이 놀라웠는데 전작 '아버지의 해방일지'와는 전혀 다른 톤과 분위기였으면서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도회적이고 명품 취향을 드러내며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자기 찾기 서사가 독특했다.


박상영의 작품은 <믿음에 대하여>를 읽었기 때문에 그 책에 나온 단편 '요즘 애들'을 다시 읽게 되었다. 요즘 애들이 겪는 직장 적응 과정에서의 고달프게 사는 모습이 안쓰럽다.


박민정의 '세실, 주희'는 주희 자신이 뉴올리언스에 가서 겪었던 일이 세실이라는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겪게 되는 장면과 겹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뉴올리언스에서 포르노 사이트에 얼굴이 노출되는 사건을 미필적 고의 비슷하게 했다고 동료 J를 원망했으나 그게 세실처럼 방문한 국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임을 알고는 돌아봐야 할 건 자신임을 알게 된다.


마지막에 실려 있는 최은영의 <파종>은 아름다운 소설이다. 나와 고등학생 딸 소리의 관계. 나보다 열다섯 살 많은 오빠와 소리가 보낸 시간, 가족 관계가 다층적 시,공간으로 엮이면서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과 서사가 아름답고 슬프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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