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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오 Nov 13. 2020

베팅 말고 '투자'하기의 첫걸음

대상, 역량, 그리고 여건 에 맞는 투자를 하고 있는가?


[뉴노멀 투자전략_002] 베팅 말고 '투자'하기의 첫걸음
- 재미로 할만한 행위에 소중한 돈을 걸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2020 언택트 시대. COVID19의 영향과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정세, 급변하는 한국사회까지, 재테크 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윙크스톤의 인사이트가 가득 담긴 [뉴노멀 투자전략] 시리즈는 이러한 시대에 꼭 알아야 할 재테크 정보와 지식을 알려드립니다. 


재테크를 위해 금융 상식을 공부하고 금융투자 상품 각각의 특징과 데이터를 확인하고 계신가요? 그 전에, 혹시 이런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우리는 '투자'를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갑갑한 하루하루를 견뎌내기 위해 얼음 사이다 한잔과 같은 속시원함을 얻기 위한 '베팅'을 하고 있는걸까요? 

투자와 베팅 사이를 가로 짓는 구분, 그레이엄이 알려준 명쾌한 해답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에게도 스승으로 삼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05.09~1976.09.21)입니다. 그레이엄은, 그의 명저인 "증권분석"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An investment operation is one which, upon thorough analysis promising safety of principal and an adequate return. Operations not meeting these requirements are speculative.

투자라는 건, 원금의 안전성과 적정한 수익성을
약속해내기 위한 철저한 분석 과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바탕이 없는 행위가 바로 투기이다.

그에 따르면 투자의 대상이 얼마나 안전한지, 얼만큼의 수익을 기대하는지는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이 아닙니다. 원금이 얼마나 안전한지, 그 리스크에 합당한 수익성을 지녔는지를 약속할 수 있을 정도의 철저한 분석을 하고 있는가, 바로 이 점이 투자라는 행위의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금융상품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거나, 주변의 누군가가 희귀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천을 할 때, 분석이나 이해를 하기도 전에 일정 자금을 한번 맡겨보곤 합니다. 그레이엄의 정의에 따르면, 그 투자상품이 아무리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금융투자상품이라 분류돼있다 해도, 그 행위는 투자가 아닙니다. 투기라는 말은 너무 과하므로, 한번 시원하게 걸어본다는 의미에서 '베팅'이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의외로 베팅에 가까운 투자를 하곤 합니다. 이를 한번 돌아보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철저한 분석'이 가능한 투자 대상인가.
둘째, 이 투자에 있어 나는 '철저한 분석'을 하고 있는가.
분석이 불가한 투자 대상의 예, 크립토(암호화폐)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위 '공돌이들의 세계'에 머물러있던 암호화폐는 2016년부터 본격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역사에 남을 폭등과 폭락 사태를 맞았습니다. 

한 경제일간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 투자자 중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들어본 투자자가 25%뿐 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구체적 개념과 분산원장, 해시함수 같은 세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 투자자는 훨씬 더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2가지 더 깊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논문. 초록만 봐도 이해가 안되는 이 논문은 최근 블록체인의 복잡성에 비하면 석기시대 주먹도끼 수준에 불과합니다.


먼저, 너무 어렵습니다. 암호화나 해시함수와 같이 수준 높은 수학과 공학이 결합돼있을 뿐만 아니라 시뇨리지의 영향 및 의미와 같은 경제학적 깊이까지 더해져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자, 공학자, 경제학자도, 자신의 분야만을 알아서는 이해하기 어려운데,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외계어에 가까운 것이죠. 

두번째 문제는, '종목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한창 뜨거웠던 2018년 초를 기준으로, 온라인에서 거래가 가능했던 암호화폐는 무려 1600종이 넘습니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특징과 배경을 지닙니다. 안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에, 1천개가 넘는 종목이 있고,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정보공개 규정도 없습니다. 이러한 투자대상에 대해 과연 일반인이 각 종목의 리스크와 기대수익을 분석해낼 수 있을까요

단언컨데, 불가능합니다. 즉, 2017~2018년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던 암호화폐 시장은 본질적으로 그레이엄이 말한 '철저한 분석'이 불가능했던 시장인 겁니다. 극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석할 수 없었던 대상이 높은 수익을 안겨주길 기대하며 베팅을 한 것입니다. 





저스틴 비버가 샀다는 바로 그 화폐, 리플. 일단위로 수십% 가 등락하는 화폐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투자한 모두가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일단위로 수십% 씩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거래량의 상당부분을 스켈핑(=초~분 단위 초단타 매매)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특성상 거래시장 접근성과 기술적 유연성이 높아, 전통적인 주식증권이나 선물 시장 등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소규모 스켈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투자행위는 각 암호화폐 종목의 가치를 분석하기 보다는, 호가의 추세나 거래량과 같은 숫자들을 분석하여 매매규칙을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또한 수십 수백배의 대박을 꿈꾸는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유지하려는 목적을 갖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그레이엄의 '철저한 분석'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베팅이 난무하는 시장에서도 각자의 처지나 역량에 따라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투자를 시도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겠죠. 분석이 가능한 투자 시장에서도, 내가 그 분석을 안하거나 못한다면, 내가 하는 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베팅인 셈입니다. 

나는 분석하고 있는가, 주식투자


오랜 역사와 풍부한 정보를 지니는 주식투자는 어떨까요. 모든 상장 법인들은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공시하게 돼있고 전자공시 시스템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백서 PDF 파일 하나만 있는 신생 암호화폐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언론에서 증권 전문 방송이나 기사를 만들고 있고, 다양한 커뮤니티와 1인 미디어를 통해 깊이 있는 분석 내용이 공유됩니다. 정보의 양과 질이 확보되어 있는 것입니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주식은, 철저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흔히 주식투자는 기술적 투자와 가치 투자로 나뉜다고들 합니다. 기술적 투자를 더 세부적으로 보면 차트를 파고드는 기술적 차트 분석과 재무자료의 숫자를 보는 기술적 재무 분석이 있고, 균형이 이뤄져야 할 수치 사이의 차이를 파고드는 모멘텀 분석 등이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숫자들 뿐 아니라 종합적인 차원에서 사업과 기술의 가치와 전망 등을 평가하는 차이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분석 방법론이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의 양이 많고 다양한 분석 시도가 있었다는 의미이겠죠. 




기술적 분석 방법론의 새로운 접근으로 화제가 됐던 게리 안토나치의 듀얼 모멘텀 투자 전략.


아무리 많은 정보와 정교한 방법론이 있어도, 그것을 내가 사용하느냐 마느냐 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선 그 각각의 방법론이 쉽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분명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종목을 오랜 시간 공들여 분석했는데, 모두 사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심리적인 영향으로 기준을 낮춰 쉽게 매수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저 바쁜 여건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충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경우들은, '투자'에 해당하는 주식을 갖고 '베팅'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분석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 하더라도, 충분한 분석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안그래도 할일이 많고, 신경 쓸 문제가 쌓여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요. 그 가운데 수백개의 종목들 중에 분석할 만한 대상을 골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철저한 분석을 해내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걸까요?

대상, 역량, 그리고 여건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정리해보면, 베팅이 아닌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대상 - 철저하게 분석할 정보나 환경이 갖춰진 대상인가
역량 - 나는 이 정보를 통해 철저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가
여건 - 그 분석을 하는 데에 내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여건을 갖추었는가


3요소에 따른 대표적 사례의 비교


이 3요소를 바탕으로 앞서 살펴본 암호화폐와 주식, 그리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은행 예적금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암호화폐는 정보가 적어 분석하기 어려운 대상입니다.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많은 역량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은행 예적금은 그 반대로, 은행별 예적금 금리나 해당 은행의 건전성 등 분석이 가능한 대상이고 그 분석에는 별다른 노력이나 역량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정보가 충분히 많지만 철저하게 분석하려면 많은 역량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종목별로 편차가 큰 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내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투입할 여건이 되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위 예시에서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수준의 여건을 가정했습니다. 저러한 여건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다면 베팅에 가까워질 것이고, 전재산을 주식에 올인한다면 그것도 베팅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주식투자와 은행 예적금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로 베팅이 아닌 투자 행위에 가까워지는 것이겠죠. 

다양한 ETF, ELS, 공모REITS, P2P투자 등 시장에는 다양한 투자상품이 있고 그 상품들을 저러한 프레임워크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나의 여건이 어떠한지를 고려하여, 소화할 수 있는 투자대상들을 추려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1차적으로 그렇게 추려진 투자대상들에 대해서 어떤 상품에 얼만큼의 자금을 투자하는가를 정하기 위해서는 기대수익률과 안전성 같은, 보다 구체적 요소들의 비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투자상품의 구체적 요소에 대해 더 알아보시려면, 저축,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아닙니다.에 자세히 소개돼있습니다.)

https://brunch.co.kr/@gakugo/262

투자 과정에서의 후회는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순간의 실수에서 찾아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실수나 순간적 판단착오가 발생하더라도, 그 후회가 깊어지지 않을만한 범위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베팅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은 투자대상들을 미리 제거해놓고 투자전략을 세우기 시작한다면, 그런 후회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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