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디지털 필름으로 만들어 본 후지필름의 필름모드
호치민에서 사온 후지필름 X-Half를 들고 방금 한국에 입국했다. 구매가는 840달러가 조금 넘었는데, 관세 때문에 내심 걱정하며 신고를 했다. 담당 공무원이 800달러を超える 초과분에 대한 관세가 1만 원 미만이면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특히 자진 신고하면 관세가 감면될 수 있으니, 앞으로도 관세 신고는 꼭 챙기자.
비행기 안에서 X-Half를 이것저것 만져보고 찍은 사진들을 리뷰할 시간이 충분했다. 아직 PC로 옮겨 라이트룸이나 포토샵으로 편집하진 않았기에 결과물에 대한 확신은 덜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후지필름은 좀 이상하다. 그 이상함의 정점이 바로 X-Half의 필름 모드다. 마치 아날로그 사진의 혼을 디지털 카메라에 욱여넣은 느낌이다.
후지필름의 아날로그 감성 사랑은 필름 시뮬레이션을 넘어선다. 필름 모드는 그들의 집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결과물로, 옛날 촬영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필름 선택 후 고정: Eterna 같은 필름 시뮬레이션을 선택하면 36~72장 동안 그 필름으로만 촬영해야 한다. 중간에 바꿀 수 없다.
LCD 화면 꺼짐: 필름 모드에서는 후면 LCD가 조작 패널로 바뀌며 라이브 뷰가 불가능해진다. 사실상 눈으로만 찍는다.
매 샷마다 레버 조작: 촬영할 때마다 가상 리와인딩 레버를 조작해야 한다. 의식적인 행동이 촬영에 리듬을 더한다.
노출 및 초점 설정: 노출은 AUTO 또는 조리개 우선 모드로 설정 가능. AF나 MF를 선택할 수 있지만, 라이브 뷰 없이 촬영하니 사실상 감에 의존한다. 아이레벨 뷰파인더는 장식 수준이라 목측식 촬영에 가깝다.
솔직히 말하면, 필름 모드는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도전장 같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재밌다. 라이브 뷰 없이 촬영하다 보니 오히려 사진에 더 집중하게 된다. 게임에서 제한 모드가 오히려 재미를 더하듯, X-Half의 필름 모드도 그런 매력이 있다. 36장을 다 찍고 후지필름 X-Half 앱에서 ‘현상’하는 과정도 꽤 즐겁다.
후지필름의 정신 나간 창작물답게, 필름 모드에도 개선점이 필요하다. 특히 AF와 MF는 문제다. MF는 목측식 카메라 수준으로 돌아가고, AF도 감에 의존한다. 아마 광학 뷰파인더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할 테니, 다음 버전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이 부분만 개선되면 진짜 더 재밌을 것 같다. 또, 현상 결과물이 더 나아지거나, 구독제를 도입해 고화질 스캔이나 크로스 스캔 옵션을 제공하면 좋을 듯하다. 의외로 결과물을 보니 초점이 나간 사진이나 노출이 망한 사진은 거의 없었다. 나름 잘 잡아주는 걸지도?
급하게 귀국 비행기를 타면서 Eterna 필름으로 테스트 롤을 찍어봤다. 결과물은 단순히 확인용 수준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재미만 놓고 보면, 후지 X-Half는 현존하는 최고의 카메라가 아닐까?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을 한 단계 넘어선 필름 모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재미 요소로는 정말 마음에 든다. 아직 필터나 2-in-1 같은 기능을 더 탐구해야 해서,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다른 블로그에 올릴 때는 좀 더 다듬어서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