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파리에서 리옹까지.
작년 이맘때, 한참을 국내 여행에 빠져있던 시기, 당분간 해외여행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짧게 다녀온 유럽 출장으로 인해서인지, 다시금 '유럽여행병' 이 도지게 되었다.
출장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1년이나 남은 추석 일정의 비행기를 찾아보곤 했다.
항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가 이내 접었던 터지만, 이번만큼은 기어코 가야겠다는 생각에 6개월이 넘게 남아있던 시간 결제를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파리행 비행기 표 그리고 서서히 계획을 세워나갔다.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일정,
사전에 예약한 AIRBNB, 그리고 동행들 이모든 결정들은 고민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추석연휴에 프랑스에 도착했다.
아침 8시, 조금은 이른시각에 도착한 파리 , 내심 걱정했던 입국심사도 없었고, (원래 없었나? 지난해에는 왜 있었던것 같은 기억....) 그래도 몇번 와본 프랑스 라고, Paris 에 가는것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여유있게 RER 표 까지 구매하고는 미리 예약해둔 리옹행 열차를 타기 위해 북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비로소 북역으로 가는 메트로 있는 동안,
정말 내가 프랑스에, 파리에 왔다는 게 몸으로 와 닿기 시작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하철 내부와 특유의 지하철 소리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그들의 시선은
몇 해째 온 프랑스, 몇 번째 온 파리라도 낯설다.
이 익숙한 낯설음 이야말로, 여행을 하는 이유,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공항을 벗어나면서 부터라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시작했다.
공항은 특유의 불안감이 맴도는 공간이다. 이에 따라 사진을 담기에는 적절치 않다. 내심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 입국시에도, 출국시에도, 시간은 언제나 촉박하게만 느껴지고, 관광객을 바라보는 공항 근무자들의 표정은 어딘가 딱딱해보인다. 누구하나 의지할곳이 없는 이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불안한 공간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교외로 부터 파리로 천천히 가면서 몇개의 역을 지나친다.
이곳 프랑스도 교외 변두리지역은 특정 국적 출신의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듯하다.
흑인들 혹은 이슬람권의 사람들이 대다수가 타게 되고, 그때마다 내 카메라를 신기한듯이 쳐다보곤 했다.
경계의 눈빛이면서, 호기심 어린 눈빛, 몇번의 눈짓을 보내고는 카메라를 들어 몇장을 담곤 한다.
파리는 일정상 마지막에 넣어두었다. 지금 내가 들른 파리는 결국은 1주일이나 지나서야 다시 올곳
그러기엔 지나치게 날씨가 좋은것이 조금은 아쉽다. 몇번이나 찾은 프랑스였지만, 이날의 날씨만큼 좋았던 파리는 경험한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리옹의 일정이 아니라면 하루정도는 이 날씨를 느껴보고 싶었다.
파리 리옹역 (Paris Gare de Lyon Train Station)
흔히들 착각하지만 국내의 역명과는 작명이 다르다. 조금은 직관적인 명명이랄까, 여기서 타면 리옹에 갈수있기 때문에 파리 '리옹' 역이다. 파리의 주요 기차역인데다가 중부, 남부 프랑스 까지 다 갈수 있는 역이기에 규모는 상당히 크다. (크고 아름답다)
열차 출발까지 꽤나 시간이 남아있기에, 현지에서 유심을 구매하기로 결정. (이전의 여행들은 대부분 로밍을 통해서 다니곤 했는데, SNS 중독자가 되어버린 이후로는 유심을 구매하는 쪽을 택했다.)
역에서 1.5 Km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구매, 설치를 해주는 bouygues telecom을 찾았다.
도착한 날짜가 토요일이었기에, 편의점 이랄수 있는 RELAY 등에서 구매한 USIM을 개통하려고
해도, 결국에는 대리점을 방문해야한다고 알고 있다.
이리저리 유심을 들고 방문하는것보다는, 가서 구매 설치까지 부탁하는것이 낫다고 판단
일단은 가보기로했다.
https://www.google.co.kr/maps?ie=UTF-8&q=48.8510948,2.3762522
사실, 구글지도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DATA를 이용할수 없었기에,
Lyon역의 WIFI를 통해 우선은 위치를 파악했다.
( 구글맵의 경우 일단 맵 DATA를 받아둔 뒤에는 GPS 로만으로 길을 찾아갈수있다.
DATA가 끊어지면 맵정보를 지속적으로 읽어오지는 못하지만, GPS로 방향과 거리는 확인할수 있다.)
일정은 2주가 조금 못되지만, SNS 반중독자이기에, DATA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에 구매한것은 최대 1달 사용주기의 2G 의 DATA (결국엔 부족해서 2일간은 로밍으로 대체)
직원이 친절하게도, 구매 -> 설치 -> 등록까지 진행해준다.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그래도 기차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근처에 사진을 담고는 간단한 식사를 했다.
치즈가 듬뿍 들어간 라자냐와 간단한 스테이크, 디저트인 타르트를 포함해서 15유로 정도
#10. Le Parisienne 의 메뉴들 https://www.google.co.kr/maps?ie=UTF-8&q=48.84548825095898,2.3742833733558655
그렇게 먹고도 시간은 여유가 있어서, 역앞 광장에서 사진을 몇장 담았다.
프랑스에서 기차로 여행하다 보면, 당황스러운것중 몇 가지
1. 알림메시지 혹은 공지사항으로 나올법한 알림음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딩동댕 수준이 아니라, 특유의 멜로디가 있는데 이게 정말 방심하고 있으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2. 기차를 탑승 하고자 기다리지만 몇번 게이트인지는 기다려 봐야 안다.
시간이 다되갈때쯤 방송이 나오는데, 보통 게이트가 변경되는것
(이럴때는 당황하지말고 주위를 살피고 역무원에게 도움을 청하자, 의외로 굉장히 친절하다. 몇해전의
프랑스 여행에서는 겪지 못했던 친절함, 이번 여행에서는 내내 그들의 친절함에 감탄하고는 했다)
3. 기차 시간은 의외로 잘 지켜진다.
(서비스업에서는 일머리가 없다고 느끼곤 했는데, 의외로 이런 기차시간은 정확하다)
Paris 에서 리옹으로 가는 기차는 TGV로 쾌적하게 이동할수있다.
간식거리 정도를 구매해서 3시간 정도를 이동하면,
정말로 첫번째 여행의 시작점인 Lyon 에 도착한다.
LYON의 첫인상은 꽤나 큰 도시라는 점,
그리고 작년에 여행 아닌 여행을 했던 IRELAND DUBLIN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그보다 날씨가 훨씬 좋다)그도 그럴것이 손(SAONE)강 과 론(RHONE)강 사이로 리옹은 자리를 잡고 있는데, 건물들의 생김새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도 그리고 걷기 좋았던 그 분위기도 너무도 닮아있었다.
때아닌 추억에 잠겨있었는데, 느닷없이 지나가던 할부지 (이때부터 프랑스 여행에서 사진은 할부지 사진이 5할을 넘어간다)
리옹에서의 햇살이 너무도 아람답게 손강을 비춰줘서 생각없이 툭툭 찍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도 원없이 찍었던 역광사진들.
생각없이 툭툭 찍어대도 그들의 여유를 느낄수 있는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AIRBNB를 통해서 예약했으며, (기본적으로 예전 여행에서의 경험으로 부터 한인 민박,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는 피하는 편이다)
숙소는 리옹에서도 예술인들의 골목이랄수 있는곳에 위치해있었다. 집 바로 앞에 위치한 곳에서는 현대무용을 하고 있었고, 조금만 걸어보면 갤러리, 작업실, 그리고 클럽들도 있었다. ( 그렇다고 시끄러운곳은 아닌 조용하지만 활기찬 분위기 였다.)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기에도 좋은 골목길이었다.
숙소는 전형적인 리옹의 아파트 스타일, 고층에 위치해있어, 자연광이 들어오는 집이었다.
호스트는 손편지로 우리에게 반가움을 전했고, 냉장고에는 게스트를 위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여행내내 지냈던 숙소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였다. 다음에 프랑스, 리옹을 방문한다면 꼭 다시 들러야 할 숙소.
그래도 무리한 일정이었는지, 욕조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내일의 일정은 근교 도시인 Le Puy-en-velay 로 다녀오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일정을 변경했던 만큼 기대하는 여행지이기에, 푹 쉬는걸로 첫째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떠나오길 잘한것 같다.
조금은 무리하게 시작한 여행이지만,
그 덕분에 깨닫게되었다.
깨달음을 얻었던 곳은 책상 앞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두었던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