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키 Nov 03. 2019

포르투갈에서 아침을(4)_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리스본에서의 네 번째 아침.

컨디션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오늘은 다시 7시에 아침운동을 나간다.

역시 난 새벽 공기가 좋아.

이 차분하고 눅눅하고 촉촉한 공기 냄새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여기에서도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나가니까

같은 장소에서 운동하는 똑같은 사람을 마주친다. 

몇 번 더 보면 이제 안면 트고 인사할 듯. 

올라!


포르투갈도 주말은 주말이다

다들 어제 불금을 보냈는지

토요일인 오전 7시, 오늘 이 시간엔 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다.


난 오늘도 포르투갈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날이 흐려서

오늘은 예쁘게 해 뜨는 모습은 못 봤다.

그나저나 운동을 제대로 하기엔 내가 뛰는 루트가 너무 짧아서, 

내일은 동네의 다른 루트를 좀 뚫어봐야겠다. 

숨어있는 거 뚫는 건 내가 또 선수지.

                  

아니

이렇게 거리에 개똥용 비닐봉지도 설치되어있는데

왜 개똥이 거리에 널려있냐고요?

                                 

오늘은 아침에 salome를 만났다.

토요일인데도 늦잠 자지 않는 그녀는 정말 슈퍼 우먼, 슈퍼 호스트.


오늘의 일정을 물어보니

아들과 함께 gym에 갔다가

아들 노는 동안 본인은 일도 좀 하고 이것저것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햇살이 쨍쨍하면 무조건 바다를 간다고.

하긴, 포르투갈은 차로 조금만 나가도 다 바다니까.


에어비앤비의 제일 큰 장점은

호스트로부터 현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

여행책이나 블로그에서 얻을 수 없는, 그런 찐 정보들.


나는 궁금하거나 얻고 싶은 정보는 왓츠앱을 통해 거의 다 살로메에게 물어보는데

제일 빠르고 정확하기도 하다. 

게다가 그녀는 엄청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준다.


내가 아침에 운동하는 걸 좋아하니까 조깅하기 좋은 곳들도 추천해주고

좋은 카페나 식당, 그리고 근처에서 가보면 좋은 지역들을 많이 많이 알려줬다.


내가 추천해준 곳들을 가보고서, 

정말 좋은 공간들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겠다.

내가 가보고 좋다고 쓰는 카페나 공간들은 정말, 믿고 가도 좋다.

(나는 꽤 엄격하다규.)



오늘은 요로케 입고 나가볼게요 *^_^*  

           

오늘은 아침을 따로 차려먹지 않아서,

맨날 가는 집 앞 brick 카페로 바로 갔다.


역시 주말에도 장사가 잘 되는구나.

여기는 사람이 많긴 한데, 로컬 + 근처 호스텔 사람들이 섞여 있고

시끄럽고 복잡하기보다는 생기 넘치는 정도의 복작복작한 느낌이다.


오늘 메뉴판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가격이 진짜 저렴하다. (퀄리티 대비)

페스트리류는 1~2유로고, 스크램블 에그나 간단한 브런치류도 3~5유로.

맛도 좋고 가격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테라스 자리도 있고

사람이 많을 수밖에. 

그리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고.


동네 카페 애정 하는 1인으로서, 참으로 사랑스러운 동네 카페다. 

유럽 사람들은 테라스를 정말 정말 좋아해. 

나도 안 보다 밖이 좋음 언제나.

                            

내가 맨날 앉는 자리.

날 위해 비워놨니, 올 때마다 이 자리만 비어있네.


작은 에그타르트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시나몬 챱챱 뿌려 먹었는데, 와우 진짜 맛있다.

                  

근데 에그타르트를 너무 작은걸 시켰더니

간에 기별도 안 가고, 뭔가 계속 배가 고파서


허니&월넛 페스트리를 하나 더 시켰다.

이것도 맛있어 아놔. 

굉장히 달달달달.

아메리카노 부족해요!


먹으면서 책을 좀 읽었다.

아마 언젠가 이 카페에서 내가 이렇게 부리던 여유를 엄청 그리워하겠지.

그리고 소박한 요 달다구니들도.


주말이 되었으니, 복잡한  관광지를 아예 벗어나고 싶어서 

오늘은 북쪽으로 쭉 걸었다.

포르투갈 현지인들은 주말에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그 일상적인 모습이 보고 싶었다.


목적지는 국립도서관이지만

오늘도 또 배회하며 길을 걸어보았다.

유럽 전체적으로 그렇듯 포르투갈 사람들도

대체로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것 같았다.


공원이나 거리를 조깅하는 사람들

야외 테라스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

아침에 gym에 다녀왔는지 운동복을 입고 운동가방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무언갈 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끼리 어딘가 가고 있는 사람들


내가 걸어간 주말의 거리엔

그런 사람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 무언가 쓰고 있던 할머니,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굉장히 좋았다.

길도 넓었고 가로수도 높고 적당히 바람도 불고 햇살도 따스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주말 아침을 누리는 주민들을 마주칠 수 있던 거리였다. 


가을이 오는 것 같다.

이 길을 아침부터 걸으니 기분이 따뜻해졌다.


천천히 걸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런 풍경들이나 기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교통카드를 샀으면서도

난 오늘도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걸어가는 길에 와보고 싶었던

에두아르두 공원을 들렀다. 


Parque Eduardo VII


여기 와서, 공원이란 모든 공원은 다 간다.

그늘이 시원하고 너무 좋아서

아까 사둔 빵 먹방 좀 찍고 갑니다. 

           

안에 시금치 들었는데, 맛있다 뇸뇸. 

여기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나의 빵생빵사

하루 3끼 빵 먹기 가능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또 길을 걷다 보니 매거진 샵을 발견했다.

Under the cover 

내가 앱으로 구독하고 있는 lost in 잡지 실물도 보았지.

(포르투갈에서 많은 여행 정보를 요 lost in 매거진에서 얻고 얻기도 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잡지들이 많아서, 또 입 헤 벌리고 구경했다.

재밌어

이런 거 보니까 또 일하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 (하하)

그냥 이런 좋은 전문성 있는 잡지를 만드는 멋진 에디터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그 점이 내 가슴을 또 선덕선덕 하게 했나 보구나.


요런 매거진 샵은 한국에도 꽤 있긴 하지만,

다양한 해외 잡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들러보면 좋겠다.                            


 


All i see is you! 

                        


걸어 걸어 드디어 리스본 국립도서관에 도착했다.

리스본까지 와서 웬 도서관일까 싶지만,

다른 나라 국립도서관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붐비지 않는 곳.


과연 리스본 국립도서관은 어떨까?


잠겨있는 문을 혼자 낑낑거리면서 열려고 하고 있었는데,

로비에서 책 읽던 사나이가 뛰어나와서, 그 문은 잠긴 거라고 

가운데 문을 이용하라고 아주 그냥 친절하게 알려준다.

고마워... 오브리 가다!

열람실로 보이는,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공간에 갔는데

내 예상보다도 더 사람이 정말 없었다.

날씨도 좋고 토요일이라서, 당연히(?) 아무도 도서관에 오지 않을 듯하긴 하지만.

                                  

내가 들고 온 가방은 모두 락커 안에 넣어야 하고,

필요한 짐들만 꺼내서 저 하얀 비닐봉지에 담아서 들어가야 한다.


아놔 스타일 구기네.


정말, 정말 고요하다.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고요가 잠식한 공간.


하지만 나는 적응의 동물이므로, 금방 또 이 고요함에 적응했고.

넓고 공명한 이 공간이 좋았다.

책 냄새도 너무 좋고.



몇몇 과제하는 애들, 작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노트북을 켜고 할 일을 좀 했다.

포르투 가는 기차도 예약하고 계획도 좀 세우려고 했는데 너무 귀찮았다.

왜 이렇게 여행 계획 세우는 걸 싫어할까.



한 참을 도서관에서 나름 진지한 시간을 보낸 후                                

(도서관은 5:30에 문을 닫는다 하여)

5:30에 딱 맞춰 밖으로 나왔다. 


가다 보니 국립도서관 바로 건너편에도 엄청 평화로운 공원이 있었다.

아가들 막 뛰어다니고 평화평화 bgm이 깔린 곳.

난 진짜 공원 성애자인 듯.


여기는 정말 달리 표현할 수사어가 없다

'평화' 그 자체.



     

    

               

          



      

공원 안에 피트니스 클럽이 있다.

여기서 운동하다가, 공원으로 나와서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너무 좋은데?


엄마 아빠 손잡고

놀러 나온 아가들이 많았다.

아이고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조카가 너무 보고 싶은 순간.

                                   

드디어 나는 문명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리가 아팠다.

버스를 탔다.


근데 집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뭐 갈아타고 번거롭길래.

그냥 오는 거 아무거나 탔다.

어떻게든 가겠지.


탔더니, 호시우 광장 '핵' 관광지 중심으로 가는 버스였다. 

어쩔 수 없이 오늘 관광지를 가게 되는군.

                

나는 개인적으로 리스본은 관광지 라인은 초저녁-밤 시간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이 시간에 오니 해도 점점 지고 날씨도 시원해져서, 

내가 정말 끔찍이도 싫어했던 붐비는 느낌의 관광지가 아니었다.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거리에서 버스킹도 울려 퍼지고 생기가 넘쳤다.

낮에는 공원이나 좀 더 한가로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 질 녘에 전망대나 이런 광장 쪽을 나오는 게 좋은 것 같다.       

  

지나가다가 보니 포르투갈의 유명한 '체리주'가 보인다.

유명한 술이라니, 당연히 마셔 봐야겠지.

이 집 GINJINHA 가 맛이 괜찮다고 하던데, 짧게 줄을 섰다. 

                       

장사 잘 되는데, 할아버지 피곤해 보였다 ㅠㅠ

        

절여진 체리가 가득 담긴 병에, 와인을 채우고 계신다.

맥주처럼 벽에서 와인이 콸콸콸!

                        

저도 한 잔 주세요.

여기 1.4유로요.          


                     

굉장히 달고 도수가 높다.

먹자마자 술이 좀 훅 올라오는 느낌!

초콜릿 잔에 먹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대로도 맛나다. 

한잔이 딱 적당한 것 같기도 ^^;

                     


                         

알코올 그까이꺼~ 조금 들어갔다고,

기분도 좋고 힘도 생겨서 집까지 다시 걸어간다.

헤헤


토요일 밤이라서,

삼삼오오 모여서 식당에서 밥 먹고 술 먹는 사람들.

와인 한 병씩 옆구리에 끼고 전망대나 공원, 강가 근처로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완전 붐비는 관광지보다 우리 숙소 근처나, 좀 더 조용한 지역으로 가면

구석구석 로컬들이 가는 괜찮은 내츄럴바들이 있다.

그런데가 좋긴 하지만, 여행 오면 이런 관광지나 호객행위하는 식당들도 나쁘지 않다. 

그냥 이런 게 여행이지 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딱 이 온도가 너무 좋다.


내일도 시작될 리스본에서의 상쾌한 아침이 기대되는군.








매거진의 이전글 포르투갈에서 아침을(3)_천천히 스며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