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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Jul 18. 2015

영덕, 블루로드를 따라 걷다. -1

여행 일기

2년만에 다시 영덕 블루로드를 찾았다.

또다시 혼자 블루로드를 걸으며 트래킹 여행을 시작한다.

그냥 내가 걸으며 여행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한다.







2시 영덕 도착

2시 반 버스를 타고 해맞이 공원으로 간다. 블루로드 A코스이다.

정코스에서 반대로 해맞이공원에서 강구항까지 걷기로 한다.

그리고 원래는 산길이지만 해안가를 따라 쭉 걷기를 택한다.

날이 많이 무덥지 않아 아스팔트길이 덥지 않을 것이고, 오랜만에 바다에 왔으니 바다를 끼고 걷고 싶다.

정말 마음껏 바다를 모든 감각으로 담아가고 싶다. 오늘은 가볍게 10km를 좀 넘게 걸을 듯 하다. 사실 얼마나 걸었는지 몇시간이 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지 아무런 계산도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 시간에만 잘 곳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천천히

아니나 다를까, 2012년도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곳은.

여전히 바다는 아름답게 그자리에 그냥 있었고 동네는 여전히 평화로웠다.

하지만 종일 걷는 동안 여행객을 단 한명도 보지 못했던 것도 그대로였다.

예전보다는 이 트래킹 코스가 더 알려졌을텐데,


다들 여자 혼자 큰 배낭을 짊어지고 본인들의 동네를 걸어다니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대단하고 요상해보였나보다. 보통은 단체로 다니는 백팩커들이나 자전거 종주하는 사람들이야 봤지, 여자 혼자 저리 걸어다니는건 처음이라고들 하신다.


그 관심이 나쁘지는 않다.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한번씩 뒤돌아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이 시선이 나쁘지 않다. 가끔은 여행할때는. 배낭여행 도보여행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완전히 이방인이 되어 누군가의 관심을 이렇게 받는 것도 가끔은 신선하다. 내가 아주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아. 짐이 너무나 무거웠다. 어깨가 끊어질듯 저려왔다. 도대체 한두번도 아니고 왜이렇게 쓸데없는 짐을 많이 가져왔을까, 어차피 입지도 쓰지도 않을 물건들인데, 다음엔 더더 가볍게 몸을 하고 오리다.



(거의 셀카봉 활용의 달인 수준이 되었다. 자연스러운 설정샷까지 완벽.)



푸른 바다를 끼고 계속 걸었다 .어부를 마주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마주쳤다.

짜고, 차고, 뜨거운 바람이 계속해서 교차했다.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였다. 나를 혼미하게 하는 바람들이 쉬지않고 불어댔고 들러붙는 머리카락은 시야까지 가릴정도였다. 이또한 즐겁다 혼자여도 재미있다.



햇살은 점점 맑아지고 끈적거리며 흐르는 땀. 땀이 흐르는 느낌 마저도 간질간질 좋다. 뜬금없이 비가 내리기도 한다. 서둘러 길을 멈춰 레인커버를 가방에 씌운다. 바로 비가 그친다. 똥개훈련도 뭐 나쁘진 않다. 나는 지금 아주 '착한' 여행자 컨셉이니까.


4시간을 서울에서 영덕으로 달려오는 버스에서는 오히려 잡생각이 굉장히 많았다.

정말 디테일한 과거의 추억들을 회상했다. 말 한마디나 작은 행동거지들 같은 것들을 말이다. 실컷했다 그냥 생각이 나니까.  걸을 때는 이런 생각따위는 다 집어치우고 싶었다.

다행이다,  힘들게 걷기 시작하니 그런 잡생각을 할 여유 따위는 없다. 바닷속으로 다 던져버리거나 바람에 다 날려버렸지.






그냥 좋다. 좋다는 말 외에 뭐라 표현하리

너무 오랜만에 본 바다였다. 바다만 내리 바라보니 바다가 너무 생소하고 신기한 '것' 같았다.

마치 우리가 한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말하면 단어가 갑자기 생소해질 때가 있다. 그런것 처럼.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뭔가 신기했다.

서울에서는 매일 땅과 땅의 경계 뿐이었는데

땅과 바다라니,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다른 소재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갑자기 신기했다.

지구본이 떠올랐다.

육지 아니면 바다로 이루어진 지구본, 갑자기 내가 지구라는 곳에 살고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물론 2시간이 지나자 바다는 평소의 바다가 되었다.



눈부시게 푸른 바다도 보고 안개낀 회색빛 아주 고요한 바다도 보았다. 젊음과 늙음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치 마파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내 할머니 할아버지들 밖에 보지 못했다.

강구항의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의 얼굴엔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처럼 보였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바다를 내다보는 할아버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다를 바라보며 보내실까.


어쨌든 난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어도, 나 스스로는 아주 자유로웠다.





나는 세번째 혼자 하는 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앞의 두 여행보다 나는 많이 열려있는 사람이었다.

그 누구와의 마주침도 대화도 두렵지 않았다. 즐거웠다. 나는 진심으로 웃고 반응한다.

이런 내모습이 대견하고 신기하고 좋다.



뭐지 연륜인가 넉살인가. 나이가 먹어감에 늘어나는 것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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