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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Jul 18. 2015

영덕, 블루로드를 따라 걷다. -2

여행 일기 


두번째 날.

영덕 블루로드 B,C 코스. 약 30km를 넘게 걸은 것 같다.

어제와 다르게 날씨가 매우 매우 더웠다.

어제 강구항의 찜질방에서는 정말 편하게 잤다. 원래 찜질방을 좋아하지도 않고 불편하게 잘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여자 숙면실이 있었고 손님들은 모두 다 할머니들 뿐이었다. 할머니네서 자는 기분이었다.

정말 푹 자고나서 아침일찍 길을 나오니 강구항이 아침 햇살에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곳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제 밤과는 사뭇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차, 해맞이 공원으로 다서 버스를타고 어제 걸어왔던 길을 돌아간 다음에, 그곳에서 부터 코스를 시작하려 하였다. 버스를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란다. 기다려야지 뭐 별수있나. 시골인걸

근처 편의점이 있길래 삼각김밥과 초코파이로 대충 허기진 배를 채웠다.


정말 작은 시골동네 버스터미널에서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곳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시내 안을 도는 버스를 한시간 반을 기다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아침버스엔 짜증과 피곤함이 가득. 이곳에서 기다림은 당연한 것이며, 그 시간은 여유가 된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터미널을 들렀다 간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총각 학생들 .. 영덕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정류장에서 만난 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영덕 뭐 볼거 있다고 왔노" (정확한 사투리 인지는 모르겠다, 나에게는다 비슷하게 들린다 )

"전 그냥 걸으러왔어요 관광보다는, 볼 것 없어서 좋아요 바다만 봐도 좋아요, 그냥 기대 없이왔어요"


버스에 탔다, 어제 걸었던 길을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리니 기분이 또 색달랐다. 

해맞이 공원,

이제 오늘의 일정 시작이다.



눈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끝없이 촤르륵  펼쳐진 바다. 햇살에 비춰 일부는 보석보다 더 화려하게 빛나고 바닷빛은 적당히 푸른색이였고, 가벼운 바다안개가 살포시 얹혀있는데 그래서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했고 아름다웠다.

엄청 넓은 잔잔한 강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눈에 들어온 이 광경이 진짜가 아닌듯 너무 아름다웠다.

바다를 보고 내가 이렇게 넋놓고 감탄을 한것도  처음이었다.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장 유명한 b코스이지만 역시나 여행자는 아무도 없다.

왠지 오늘 하루 종일 아무도 못볼 것 같다. 상관은 없지만, 꽤나 유명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넓고 넓은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사람도 없으니 내 땅인듯 하다.

갈 수록 날이 무더워진다. 더위도 더위지만 가방이 너무 무겁다. 

우비, 썬크림, 디카, 휴지, 의자 등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왜가져왔을까.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가방만 가벼워도 10km는 거뜬히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차 처음 4km정도는 길을 걸었다. 무더위에 미쳣는지 내려가서 산길을 통해 가야하는데 그대로 아스팔트 도로로 걸어왔다. 걷다보니 이정표도 없고 뭔가 이상타 싶어서 바닷가로 내려갔다.

아저씨 두분이 계신다


"아가씨 혼자 걷는겨? 안무섭노? 오메 간도 크다 간도커"  (여행 중 가장 많이 들은 소리)


바닷가로 내려온 김에 신발을 신은채 바다에 들어간다. 물이 정말 차다. 발이 얼것 같았다. 잠시동안 열올랐던 온몸이 훅 가라 앉는 느낌이다. 정신이 번뜩든다. 이제 정코스로 걸어간다.



그래 바로 이거지,  산길과 바닷길의 앙상블. B코스 본격 시작이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더니 발과 샌들에 모래가 잔뜩 붙는다. 지압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걷는다. 알아서 떨어지겠지.  안떨어진다. 


금세 말라서 그런지 잠시 신을 벗고 탈탈 털어냈다. 모래붙은 발가락 사이사이도 살살 털어냈다. 

아.. 물집이 슬슬 잡히기 시작한다. 아무리 트래킹용 샌들이라고 하지만,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양말이라도 가져왔어야 했다 ! 


걷고 걷고 걷는다. 몇시간 동안은 계-속 산길, 바닷길을 번갈아 가며 걸었다. 산길은 뒷산을 타는 정도의 난이도였고, 바닷길은 정말 모래사장을 걷는다. 사실 걷기는 산길이 좋다. 더 시원하고 운동도 되고 편하다. 모래사장은 걷기가 참 불편하다. 바다에 들어갈 수 있지만 


산길은 조금 험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나는 워낙 산을 좋아해서 이정도는 가뿐했다.

옆에 펼쳐진 바다는 미치도록 파랗고 투명하고 꺠끗했다. 힘에 넘치는 파아란 바다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닷물에 헉헉 거리는 내 모습이 비칠까봐 부끄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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