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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Jul 18. 2015

영덕, 블루로드를 따라 걷다. -3

여행 일기

http://youtu.be/ni5RsbpOTPY

http://youtu.be/B4CC0Dx3Uno

( self video !)




힘들때마다 잠깐 잠깐 가방을 내려놓고 뜨뜨 미지근한 물 한모금을 입에 머금고, 바람 한모금도 머금는다. 

바람이 참 청량하다. 금방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도시에서의 짜증섞인 햇살이라기 보다는 자연 속에 모든 것이 융화된 기분이었다. 뜨거운 햇살도 바다도 파도도 산의 풀냄새도 나무도 바람도 바위도 모두 어울어져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같았다. 

나는 홀로 이들의 영역에서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시골 마을에서 내가 이방인이듯이, 이 순수한 자연속에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이곳은 사람도 없고, 자연이 깨끗해서 그런지 더욱더 신비롭고 고립된 아름다운 섬 같았다. 

나는 이것을 즐기면서도 문득 조금 무섭거나 심심할 땐, 먼저 왔다간 사람들이 표시해둔 흔적들을 보며 삼삼한 위로와 위안을 느꼈다. 그리고 무언가를 공감했다.


걷다보니 아주 작은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코스 중간 중간 마을을 통해 가야 하는길도 있다. 

별 것도 아닌 이 작은 마을이 왜이렇게 반가운지.

다행히 아주 아주 작은 구멍가게가 있다. 그리고 어부 몇분만 밖에 나와계신다. 아주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 사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곳에서 한평생 살아오신걸까, 자식들은 어디에 있을까. 이것저것 궁금해진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베어문다. 찬물도 하나 산다.

고우신 할머니께서도 무섭지 않냐며 손주같아 보였는지 걱정을 해주신다. 

만날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정겨운 사람들이 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데, 전혀 무섭지 않다. 혼자여도. 오히려 아무도 없으니 위험하지 않은 것 같다. 나만 조심한다면 자연이 날 해칠 리는 없으니까. 



다시 걸어간다. 또 다시 산길과 바닷길의 시작이다 

사실 A.B.C 모든 코스는 지루할 틈이 없다. 밀당의 고수인 것 같다.

자연, 마을, 지역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들과의 대화 등이 있어서 정말 흥미로운 것이 많다.

그들의 일상이 내게는 그저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다시 더위와 함께 뜨거운 몸으로 산길을 오른다. 

나무 사이로 해수욕장이 보인다.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을 할 수 없는 곳 같기도 하지만, 가능 할 것 같다.

이곳에서는 옷도 안입고 수영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거의 무인도 수준이다. 바다는 에메랄드빛이고 바위와 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있다. 외국 해변보다 내눈엔 좋아보인다. 다음번에는 이곳에 텐트를 갖고와 비박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해수욕을 즐기고 싶다.

밤엔 노을을 보고 밤하늘의 별을 볼것이다. 나만 아는 공간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별의 별 생각을 다한다.





걷다가 영화도 한편 찍었다. 셀카봉에서 핸드폰을 빼다가 손에서 미끄러져 산 절벽 바위 사이로 떨궜다.

핸드폰이 험한 바위들 사이로 패대기쳐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5초뒤에 상황 파악이 됐다. 

" C 발 "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내 몸뚱아리가 떨어진게 아니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위헙한 곳이였고 평소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버리고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작동 될 것 같은 이 느낌.

바위를 타고 긁히면서 기어내려갔다. 찾았다. 

액정이 산산조각났다. 정말 산 산 조 각. 바로 일주일전에 새롭게 리퍼를 했는데, 어이가없다. 엄마의 잔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신기하게도 핸드폰은 작동한다. 대단하다. 너도

아, 아직도 이때를 생각하면 신기하다. 내가 무슨 용기와 힘으로 이짓을 한건지.

자칫잘못했으면 다쳐서 바위사이에 낑겨있을지도 모른다, 폰도 없고 아무리 도움을 외쳐봤자 돌아오는건 메아리뿐인 이곳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가서 참 다행이다.

사고뭉치인 나에게 역시나 일은 생기는 구나, 뭔가 순조롭다 했다.







어찌어찌해서 지친 상태로 b 코스의 종착지인 축산항.

이곳 마을은 조금 더 크지만 역시나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다. 어딘가 점심을 먹으며 쉴 곳을 찾아야겠다.

할머니들이 모여계신다. 


"어디서오노, 아가씨 혼자? 오메, 몇살, 애인없노, 서울 그 캄캄한데 살지 말고 여 시집와서 여 살아라. 여 신랑감있데이"


너무 웃겨서 계속 웃었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진심이었다.

웃음을 멈추고 


"전 서울에서 살게요"


시골에서 사는게 내 꿈이엇지만, 시골남자와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결혼해서 살고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재미있었다.




축산항은 아주 조용한 항구였다. 아직까지는,

근처 식당에 가서 꿈에 그리던 물회를 시켰다. 처음 먹어본다. 아, 입맛에 안맞는다.

처음 먹는 제대로된 식사인데. 회가 잔뜩 들어있지만 가시까지 씹히는 까실까실한 회이다. 상상했던 것과 맛이 다르다. 내가 아직 배가 덜 고픈지, 남겼다. 

아 축산항에 오기 전 경정리라는 마을도 지나갔다. 잠시 물집이 아파서 마을 정자에 가서 앉았다.

 블루로드 길에는 중간 중간 정자가 굉장히 많이 설치되어있다.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며 여행자들의 쉼터이다. 

과자를 오물오물 먹으며 지도를 본다. 아직 멀었다. 물집에 밴드를 붙인다. 쓰라리다..

할아버지 네분이서 정자에 누워서 앉아서 열띤 토론을 하신다. 100분 토론 저리 가라이다. 

흥미롭게 엿듣다가, 다시 내 길을 간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을 두명이나 봤다. 

스쳐지나갔지만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축산항에서 쉬다가 더위에 너무 지친 나는 영해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영해- 고래불 까지 걸어서 C코스를 완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어제의 3배 가량을 걷는다. 30km정도 될 것 같다. 아니면 조금 더 

어제 걸은 것은 걸은 것도 아니다. 오늘은 정말 제대로다. 힘들긴 한데 발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덥고 빨갛게 살은 타고 그런데 나는 이것을 즐기고 있다.  말그래도  즐겁고 너무 행복하다. 재미있고.


걷는것을 꽤나 잘하기도 한다.


예전에 국토대장정 했을때의 기억들이 조금씩 오버랩되기도 했다. 뭐 어쨌든 나는 초짜에 혼자하는 첫 트래킹이지만 전혀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다. 주변이 따뜻하고 알차다. 시골 인심이란 것이 이런것인가. 영덕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적어도 내가 만나고 대화한 사람들은 그렇다. 다들 인상도 좋으시고 말도 잘걸어주시고, 사실 아직까지도 젊은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아침에 버스타교 등교하러 어디로 떠나는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내가또 혼자 잘걷고 잘먹고 잘놀기도 한다. 혼잣말도 조금; 하는편.

이번에는 혼자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별거없는 포부로 영상도 찍으면서 걸었더니 더 잘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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