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키의 로그人- 22. 잠시만! 나만의 아침시간

by 가키

추적 추적 추적

귀가 간지러운 소리가 계속 떨어진다.


평소 같으면 소리 감상 같은 거 할 시간도 없을 아침인데,

오늘은 주말이니까 푹 자라고 하늘도 커튼을 쳐준 거 같다.

아직 깜깜한데

멀찍이 던져져 있는 핸드폰의 버튼을 꾸욱 누른다

9:21

피식 웃음이 난다.

'아무도 나 깨우지 마, 오늘은 진짜 늦게 까지 푹 잘 거야. 나 완전 수면 부족이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잠을 잤는데

고작 9시 까지 밖에 못 자다니


부스스한 머리로 눈곱도 떼지 않고 잠옷 치마를 질질 끌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용 하다.

평소 같으면 지글 지글 돌돌돌돌 엄마의 계란말이 마는 소리와

돌돌돌돌 이불 개는 소리 일어나라고 빵빠레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로

시끌 시끌해야 할 아침인데.



'나를 잊지 말아요~ 따라라라 따라라라~그댈 ~나나나~'

(가사는 모르지만 몇 년째 바뀌지 않는 아빠의 시그니쳐 컬러링이다)

"딸~ 일어났어?"

"어디예요?"

"너희 늦게 일어나길래, 엄마랑 서오릉에 와서 아침 먹고 산책하고 커피 마시는 중이야~"

"으.. 배신, 나도 깨우지!"

"깨우지 말라며~"


종종 주말 우리 가족이 갖는 그 시간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이다.

서오릉에 가서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숲길을 산책하면서 도란 도란 나란히 같이 걷는 것.

비도 추적 추적 오는 오늘, 커피까지 한잔 들고 걸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 오는 날의 숲'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여행 때마다의 경험한 것들 그리고 애니메이션(덕후..)의 영향으로 꿈과 환상이 엄청나다.

언제나 '신비로운'느낌을 주는 것은 너무 좋다.

그 어떤 예술로도 완벽하게 모방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자연의 신비로움이 좋아서

자연 자연 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주중 내내 야근에, 피곤함에

주말 아침은 푹-쉬는 시간이 되어버렸으니. 아쉽다... 나갈까....

하던 찰나에, 머리를 긁적이고 그냥 부엌으로 들어갔다.


주황색 전등을 켰다. 창문을 살짝 열었다.

커피머신의 물통을 물을 가득 채우고 초록불이 들어오게 했다. 서서히 물이 데워지고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맛있는 커피가 나올 거다.

어렸을 때 텔레토비들이 먹는 요상한 스무디 주스를 먹는 통 만큼

어른이 된 나에겐 이 작은 커피머신이 좋다.

그리고 물을 올려서 계란을 세알 넣었다.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 차 있는 식탁에 창문과 마주 보고 앉았다.

비릿한 바람이 솔 솔 들어오고 밖은 여전히 새벽 같고 비는 계속 추적 추적 내린다.

보글보글보글 보글보글보글 계란 끓는 소리가 피처링한다.

나름 좋은 조합이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

내 공간, 내 시간 안에 혼자 둥둥 무중력 상태를 떠다니는 것 같다.

식빵에 딸기잼과 땅콩잼을 듬뿍 대충 발라서 한 입 베어 문다.

오랜만에 음식을 먹는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소리가 컸나?

소리 속에 갇힌 것 같다. 오물 오물거리는 소리에 뇌가 둥 - 둥- 울린다.

이러다가 심장이 펌프질 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 오물 오물 거리다가 달달한 맛이 혀끝에 닿는 순간, 신경은 무뎌졌다.

단순하다.



"야 뭐하냐~"

언니가 깼다.

"띵 -동 - "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그냥 아침 먹어"

내 시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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