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야!

넌 너고 난 나야.

by 하원
최근 아이폰 12가 출시되었다. 새롭게 출시된 아이폰 디자인이 아주 오랜만에 아이폰 4의 감성을 담아내면서, 재고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아이폰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딱 잘라 말하건대 카메라 때문이다.


에어 드롭과 아이폰 만의 감성을 담은 디자인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를 단 하나만 뽑자면, 당연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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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특유의 노란빛이 감도는 따뜻한 느낌의 필터를 씌운 듯한 감성이 담긴 카메라. 이것이 아이폰의 가격대를 훌쩍 뛰게 만들었다고 본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로 돈을 벌기도 하고,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인스타그램의 프레임 속에 갇힌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이 카메라의 성능이 좋은 핸드폰을 찾도록 만들고, 그 수요에 딱 들어맞는 핸드폰이 바로 아이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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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폰을 갖고 싶은 이유도 카메라에 있다.

나는 다이어터이고, 매일 식사를 할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식전에 식단 기록을 남긴다.

그런 마음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이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더 예쁜 접시에 담아서 우아하게 먹고 싶고, 이왕 찍는 사진을 더 예쁘게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얻고 싶은 마음 말이다.

허왕 심인 것도, 어쩌면 부질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요즘 내 마음은 온통 사진과 아이폰, 예쁜 식기와 커트러리, 흰색 테이블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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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식단일기를 쓰면서 너무 많은 체력 소비를 한 것 같아, 식단일기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그 날 그날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저녁 식후 2시간으로 정했다. 하루 종일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나한테는 꽤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같아서 생각을 고쳤다. 쓰고 싶은 만큼만 쓸 것이다. 마음에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을 다 던져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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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는 글을 쓰느라 붙잡혀 있던 시간에 내 삶을 살 것이다.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려고 시작한 일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 쓰는 게 재밌지 않았다. 그만 쓰고 싶었고 사실 이걸 쓰고 있는 순간에도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다. 글을 써내는 기계가 된 듯한 느낌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은 매일 써보기로 했다. 다만, 의무적으로 쓰긴 쓰되, 쓰고 싶은 만큼, 쓰고 싶은 주제를 마음껏 써보기로 했다. 쓰기 싫은 내용은 과감 없이 줄일 것이다. 모든 것은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를 더 잘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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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갖고 싶은 명확한 이유를 아는 것처럼, 내 취향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들기 위해 오늘도 쓰기 싫어도 식단일기를 쓰기로 했다..

다만,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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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를 쓰고자 했던 본질을 다시 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취향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자. 그래서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

기록이 우선 되기보다는 기록하고자 했던 이유와 기록이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에 더 집중하고 밸런스를 맞춰가기로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쓰는 나도, 읽는 사람도 나를 파악하기 쉽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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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한 그릇 다이어트 레시피 베스트 100 #당근 둥지 토스트 아침 10시경 식사,

엄마는 수업하러 방에 들어가셨고, 나는 식탁에 혼자 앉아서 아주 오랜만에 빅뱅이론은 보면서 밥을 먹었다.

불과 며칠 만이지만, 오랜만에 요리를 하니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당근 무게를 재지 않고 내가 먹기에 적당한 양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잘라내어 사용했다. 빵도 통밀빵이 아닌 집에 있는 통밀 식빵을 활용했다.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보고 만드는 거지만 주체가 마침내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을 따라 하지 않고 내 상황에 맞춰서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선택하니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여태껏 남과 비교하고, 왜 난 저 사람이 쓴 책을 보면서 이렇게 노력하는데 저렇게 안될까? 싶었던 열등감이 씻겨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그 사람이 알려준 대로만 따라 한다고 내가 그 사람이 될 순 없다. 결국 모든 것은 나를 기준으로 내가 중심이 돼서, 결정을 내리고 나한테 맞춰서 움직여 나가야 한다. 비교적 사소한 선택과 지금껏 살아온 '나'라는 사람을 잘 들여다 보고, 다독이고, 인정하고 내 방식대로, 체화시켜야 한다.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이지만, 한계가 있다.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알은 세계다. 알을 뚫고 나와야 한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생각이 많아서 일찍 잠에서 깼고, 이번 주 내내 요리하기가 싫고, 다이어트와 일기를 모두 포기하고 싶었는데 참 뜻밖이었다. 요리해야겠다는 마음과 하기 싫다는 마음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요리를 하면서 갑자기 시야의 확장이 일어나다니. 목욕물이 넘쳐서 유레카를 외치던 갈릴레이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저번 주 토요일에 카페 투어를 다녀온 이후로, 디저트류가 자꾸 생각나서 인스타그램에도 계속 찾아봤더니, 빵을 해 먹어야 했다. 그래서 냉동실에 있던 식빵을 꺼내서 저번에 먹으려다가 먹지 않았던 #당근 둥지 토스트를 해 먹었다. 파리바게트에서 산 빵이었는데 너무 달았다. '어쩔 수 없지. 빨리 먹어 치우고 다른 빵을 구입하는 수밖에. 별 수 있나.' 다음엔 다른 빵을 사기로 다짐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빵을 버리기엔 나는 부자가 아니고, 부자여도 여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

반숙란은 언제나 옳다. 토스트엔 무조건 반숙란이다. 반박은 거절한다.

방울토마토를 방치했더니 마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3개를 먹어 줬다. 레시피에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먹으니 반가웠다. 방울토마토 3개를 먼저 먹고 디저트 칼로 썰어서 나머지를 먹었다. 맛있었다. 노른자가 터질 때 제일 아쉽지만 노른자가 톡 하고 터져서 흘러내려 빵을 적당히 적실 때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아는 맛은 즐겁다. 모르는 맛은 모르는 맛대로 즐겁다. 내가 주체가 되고 나에 대해 기록하니 갑자기 세상이 다시 너무나 즐거워진다. 숫자에 연연하는 것을 멀리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그래. 이게 나다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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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 #휘게 레시피 #고구마 코코넛 칩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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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시피를 보고 있을 독자분들이 너무나도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맛있는 조합을 찾아내 버렸다.....
아침에 당근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고구마를 보고 점심엔 고구마랑 토르티야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침에 일기를 쓰면서 식빵을 빨리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곤, 그냥 내 마음대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삶은 고구마를 꺼내려다 무가당 수제 요구르트가 눈에 띄어서 함께 꺼냈다.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만드는 과정도 사진으로 남겨 두었을 텐데, 아쉽다.
아보카도도 먹고 싶었는데 견과류를 넣어야 맛있을 것 같아서 저녁에 먹기로 했다. 지방+지방을 먹기엔 과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에 쓰고 남은 당근이 눈에 보여서 올리브유에 볶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맛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냥 맛있을 것 같았다.

만드는 법

1. 식빵을 마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2.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사이즈의 삶은 고구마를 전자레인지에 1분간 돌린다. (이미 따뜻하면 생략)

3. 새끼손가락 사이즈(약 50g)의 당근을 채 썬다.

4. 달군 팬에 올리브유 1/2큰술을 두르고 4를 볶는다.

5. 어린잎채소를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6. 견과류(호두 2개, 브라질너트 1개, 사차인치 3개, 아몬드 2개)를 굵게 다진다.

7. 무가당 수제 요구르트 (플레인 요구르트) 3큰술, 4, 5, 6을 2에 넣고 섞는다.

8. 슬라이스 치즈를 식빵 위에 얹는다.

9. 6을 7에 바른다.

10. 에어프라이어 200도에 3분을 돌린다.

11. 코코넛 슬라이스를 얹으면 완성!


코코넛 슬라이스와 볶은 당근이 진짜 킥이었다. 바삭바삭한 코코넛 칩과 당근의 씹는 맛이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특히 당근에서 나는 달달한 맛과 고구마의 단 맛이 만나 고급진 단맛을 만들어냈다. 요구르트가 들어가서 상큼한 맛도 있었고, 고구마를 좀 더 부드러운 무스 형태로 만들어주었다. 어린잎채소는 싱그러웠다. 빵도 바삭하게 구워져서 바삭 달달 고소 부드러움이 한 번에 느껴졌다. 코코넛 칩에서 나는 은은한 코코넛 향이 이국적인 맛을 느끼게 해 줘서 더 맛있었다. 이건 진짜 먹어봐야 한다.....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진짜 직접 해서 먹어보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정말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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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아보카도 토스트 + #요구르트 볼


단감 반개+브라질너트 1개+사차인치 2개+아몬드 1개+호두 1개+ 어린잎채소 1줌+무가당요거트 2큰술+아보카도 반 개+ 식빵 1장+크러쉬드레드페퍼 약간

닭가슴살을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냉장고에 너무 오래 놔둬서 상한 것 같아서 버리고, 달걀을 많이 먹었으니 다른 단백질원을 찾으려다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먹고 싶은 대로 먹어줬다.

배가 금방 불러서 한 조각 남겼다. 양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일단 다 먹지 않고 남겼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 조금 덜 먹었음 딱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아쉬운 대로 snpe구르기 운동을 더 해줘야겠다.

마음을 편히 먹으니 글쓰기가 훨씬 더 재밌고 쉬워졌다. 배고픔에 집중하니 식단관리도 한결 쉬워진 느낌이다. 며칠 사이에 입맛이 좀 사라지고 식욕이 줄었다. 위도 줄어든 것 같다. 살 빠지려나 보다.

일단 오늘 점심 저녁에 먹은 양은 좀 많았다는 걸 알겠다. 내일은 줄여서 먹어야겠다. 목이 마르니 물도 많이 마셔줘야지!

탄수화물 지방이 많았으니 내일은 식이섬유랑 단백질을 좀 챙겨서 먹어 줘야겠다.

내일 친구 만나기로 했었는데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약속이 파투 났다. 꼭 먹고 싶었던 샌드위치를 예약해뒀어서 아침에 간단히 오늘 남긴 토스트를 먹고 가서 테이크아웃 해와야겠다. 내일은 일찍 갔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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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억하자. 식사를 기록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나를 더 잘 알고 싶어서이다. 나답게 살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한테 맞는 속도로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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