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agara Falls, Canada
나이아가라 폭포는 전체 유량의 90% 이상이 캐나다 온타리오 주 측으로 흐르고 나머지를 미국 뉴욕 주가 나눠 가진다. 두 나라 모두 폭포 인근 도시를 ‘나이아가라폴스’라 동일한 이름으로 부르며 두 나라의 최대 도시인 뉴욕과 토론토에서도 멀지 않아 양측 모두 근교 여행지로 큰 인기를 얻는다.
토론토는 뉴욕보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훨씬 가까워 렌터카 없이도 도시 간 버스 시스템이 매우 활발하다. 유럽에만 있는 줄 알았던 플릭스버스가 이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 아침 일찍 토론토 유니언역 버스 터미널에서 탑승해 이동했다.
북미에서는 처음 타보는 장거리 버스였지만 유럽에서 이용하던 것과 시스템 차이는 없었다. 플릭스버스는 터미널 2층에서 출발하며 탑승 플랫폼 번호는 출발 약 10분 전에 전광판에 표시되고 직원분이 직접 안내하며 불러주기까지 했다.
토론토를 벗어나 약 2시간 정도 달리자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차 지점은 Rapidsview로 나이아가라 폭포 메인 스폿에서 약 3.2km 떨어져 있어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지를 연결하는 WEGO 셔틀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다만 이 셔틀은 컨택리스 결제를 지원하지 않아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승차권을 미리 구매해야 한다.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매표소가 있는 중심지까지 얻어 타 1일권을 구매했다.
셔틀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나이아가라 폭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Table Rock North에서 내리면 그토록 기다리던 나이아가라 폭포,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인 호스슈 폭포가 눈앞에 장엄하게 펼쳐진다.
수증기가 안개처럼 자욱해 시야가 뚜렷하지 않았던 점은 아쉬웠지만 미국 쪽 브라이덜 베일 폭포, 아메리칸 폭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물줄기와 힘은 여전히 웅장했다. 그러나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폭포에서 부는 칼바람과 매서운 추위가 감상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게 만들 만큼 거셌다.
몸을 녹일 곳이 불가피했는데 다행히 바로 뒤편에 관광안내소 건물이 있어 다들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피신하는 분위기였다. 건물 내부에는 식당가와 기념품 가게가 있으며 크루즈 탑승이나 폭포 뒤편 탐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신청할 수 있는 매표소도 마련돼 있다.
알다시피 크루즈는 관광객이라면 필수로 즐기는 액티비티 중 하나지만 겨울철에는 운영이 중단돼 폭포 뒤편 탐험 정도만 가능하다. 폭포 뒤편 탐험은 지하 터널을 따라 이동하며 이름 그대로 폭포의 뒷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겨울엔 일부 구역이 폐쇄돼 후기가 그리 좋지 않아 직접 들어가진 않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WEGO 셔틀 1일권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으로 레인보우 브릿지 쪽으로 이동하는 일정 중간에 퀸 빅토리아 공원에 내렸다. 스카이론 타워가 잘 보이고 폭포를 배경으로 화려한 꽃밭을 조성한 사진 명소로 유명하지만 겨울철이라 좋게 말하면 한적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고 솔직하게는 꽃밭은 무슨 세상 썰렁했다. 그 와중에 오리들은 무리 지어 뛰뚱뛰뚱 돌아다니던데 얘들은 추위를 전혀 모르는 거 같다.
퀸 빅토리아 공원에서 레인보우 브릿지까지는 걸어가기에 부담 없는 거리다. 그 사이에는 ‘클리프턴 힐’이라는 오르막 거리가 있는데 현란한 간판과 놀이공원 그리고 카지노가 한데 모여 이국적이면서도 약간은 요란한 분위기를 한껏 뽐낸다. 마침 끼니를 해결할 만한 곳도 많길래 잠시 쉬어갔다.
끼니를 해결할 만한 곳들은 대부분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사악한 관광지 물가를 피하기 적합하다. 캐나다에 오고 애정 중인 팀홀튼으로 들어갔고 Supreme Stack이라는 샌드위치로 꽤 가성비 좋게 점심 식사를 마쳤다. 뭐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햄버거에 가까웠다.
추위도 녹이고 에너지를 채운 덕분에 레인보우 브릿지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사실 평소 폭포 같은 자연 경관보다 국경을 넘기처럼 직접 해볼 수 있는 무언가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라 액티비티는 하나도 즐기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미국 나이아가라폴스에 다녀오기로 했다. 돌아오면 마침 토론토로 복귀할 시간이 딱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캐나다 쪽 다리 초입에서는 개찰구에 1.25CAD를 넣어야 지나갈 수 있고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미국 입국심사가 진행된다. 캐나다에서 육로로 미국으로 건너가면 ESTA와 함께 I-94까지 발급받아야 하는데 올해 9월 기준 I-94 요금이 5배 올라 30달러다. 이번에 캐나다만 여행한다면 다소 아까웠겠지만 몇 주 뒤 밴쿠버/시애틀 국경을 넘을 예정이라 미리 받는 셈 치고 건넜다. 참고로 I-94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다.
입국심사는 I-94 처리와 함께 약식이라는 느낌 없이 꼼꼼하게 진행됐다. 이 다리 자체가 관광지이면서도 엄연한 국경이라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쨌든 생애 네 번째 미국 입국을 마치며 북미에서 유일하게 국경을 맞댄 두 나라를 이렇게 걸어서 오갔다는 사실에 묘하게 뿌듯했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 미국으로 넘어오면 나이아가라 폭포 주립공원으로 길이 이어져 아메리칸 폭포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캐나다 쪽에 비해 물줄기는 다소 약하고 떨어지는 지점과 거리가 있으며 공원답게 잘 조성된 산책로에 사람도 적당히 한적해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었다.
캐나다 쪽과 마찬가지로 미국 쪽에도 관광안내소가 몇 곳 있는데 그중 한 곳에 들어가 미국에서의 의미 있는 몇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자문을 구했다. 친절한 직원 아주머니께서 본인의 최애 장소인 ‘테라핀 포인트’를 추천하며 트레킹을 권하셔서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테라핀 포인트는 로빈슨 섬, 버드 섬, 그린 섬과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 일대의 주요 섬 중 하나인 고앗 섬에 위치한 전망대로 관광안내소에서 아메리칸 폭포 쪽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이 용이했다.
겨울철이라 전망대 끝자락은 안전 문제로 막혀 있었지만 브라이덜 베일 폭포와 아메리칸 폭포를 동시에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고 호스슈 쪽 파노라마와는 또 다른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지점과 겨울 공기 속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압권이었으며 단연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추위는 미국 쪽도 마찬가지라 테라핀 포인트를 끝으로 다시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 캐나다로 돌아왔다.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히며 두 나라의 국경을 맞댄 채 오대호를 품은 거센 물줄기를 자아내는 나이아가라 폭포. 20대가 아니었다면 이 날씨에 이렇게 다니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젠가 가을쯤 다시 와 이번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고 싶고 의외로 미국 쪽이 개인적인 취향엔 더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