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의 나날
우리의 여행이 최소한의 안정을 찾은 것은 L의 빠른 결단 때문이었다. 그는 잠들기 전에 다음날 우리가 묵어야 할 숙소를 꼼꼼히 골랐다. 평점을 대충보지 않고 세부적인 평들까지 자세히 읽고 숙소를 골라 두었다. 저가 숙소는 평점이 아주 좋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조건 1박을 먼저 묵어본 후 추가로 머물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첫 숙소를 2박 예약했지만 L은 뒤도 보지 않고 다음 숙소로 향했다. Flamenco Urban living 뭐 이런 이름이었다. 지금 숙소에서 멀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일방통행과 U 턴까지 겹쳐 생각보다는 긴 시간을 택시 앱인 grap을 이용해 이동해야 했다. 동남아 여행이 편해진 점은 그랩,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과 같은 택시 어플들이 비교적 저렴해(로컬 버스들보다는 확실히 비싸지만 한국 가격에 비해서는 매우 싸다. 혼자 여행하는 경우 오토바이 택시를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운행한다) 기사님들과의 지리한 협상과정을 줄여준 것이다. 다행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기사님은 깔끔한 분이었고 담배에 찌든 인도네시아의 차 답지 않게 담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디오에서 블랙핑크의 노래가 나왔다. L은 그저 블랙핑크라고 놀라자, 아저씨는 딸이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왔다 정도의 간단한 환담을 나누다 다음 숙소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도 어린아이들은 축구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다음 숙소에는 두 명의 젊은 친구들이 리셉션에 있던 숙소였다. 이후 관광지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외국인 위주의 숙소라기보다는 가성비 있고 퀄리티 있는 로컬 숙소에 가까웠다. 가격은 15000원 정도였는데 전날의 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방이었다. 물론 화장실에서 약간의 담배연기가 가끔 배어 나오기는 했지만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숙소라는 평답게 상당히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은 다양한 채널이 있었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채널에서는 상시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셉션에 있었던 두 명의 친구에게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친구가 영어를 상당히 잘했기 때문에 이 도시에 머물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오전 오후 모두 한 명 정도는 영어에 능통한 직원을 배치해 두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식당, 통신, 버스카드 이 모든 것은 이후 여행에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우선 배가 고팠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식당이 있냐고 했는데, 바로 그 골목에 있는 나시 짬뿌르라고(나시는 밥이고 짬뿌르는 섞는다는 뜻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동남아 어디에도 있는 접시에 밥에 덜고 몇 가지 반찬을 골라 올린 후 그 반찬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식당을 알려줬다. 대략적인 가격도 듣고 갔는데 마침 그 가게는 다행히 외국인 가격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에어컨이 없어 더웠고 마치 찌든 때를 가릴 것만 같은 짙은 청록색 플라스틱 보의 테이블이기는 했지만 노점이 아닌 깔끔한 동네 식당이었고 일하는 분위기도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음식이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열흘간 매일 가다시피 했다.) 인도네시아의 음식은 한국인에게 참 편안하다. 아무래도 외국 음식은 향이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즐기고 적응한다 해도 조금의 불편함은 여행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누적된다. 하지만 고수를 쓰지 않고 마늘을 많이 쓰는 매운 것에 미친 나라라 그런지 몰라도 인도네시아 음식은 전혀 이물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심지어 몇몇 음식들은 한국에서와 정확히 똑같은 것이 나와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밥에 치킨 1조각 두부 튀김 콩줄기 조림 같은 야채와 잡채 한 가지 더 정도의 반찬을 시키면 대략 18000 여기에 차를 추가하면 21000루피아(1700원 정도) 정도의 가격이 나왔다. 게다가 추가로 시킨 차가 일품이었다. 인도네시아를 55일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인데 인도네시아의 차는 너무 싸고 훌륭하기 때문에 차뿐만 아니라 마실 것과 관련된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은 음식을 주며 마지막에 매운 정도를 pedas?(쁘다스) 라며 꼭 묻는다는 점이다. 이때 꼭 tidak pedas라고 안 맵게 혹은 sedikti(스디낏) 조금만 맵게 정도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그들은 정말 매운 것을 한국보다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조금 비겁해질 필요가 있다
밥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버스 카드를 물어보았다. 자카르타에는 버스카드를 팔고 있었는데 이 카드로 자카르타의 공공버스인 트랜스자카르타를 탈 수 있었다. 이 버스는 매우 싸고 쾌적하고 상당한 범위를 커버하고 있었다. 주요 도로를 전용도로가 있는 큰 버스가 커버하고 있다면 또 jak표지가 붙은 소형 버스는 교통카드만 있다면 무료로 탈 수 있다. 아마 덥고 잘 걷지 않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공공버스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서 인 것 같았다. 발리의 쾌적한 공공버스인 뜨만버스가 거의 비어있는 채 운행되는 것은 아마 지선들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차피 내려서 다시 오토바이를 타야 한다면 저렴한 앙꼿이나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전능한 구글맵은 이런 지선 소형 버스들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들이 커버하지 않는 많은 소형 앙꼿 버스의 노선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당한 중심가들은 트랜스자카르타를 이용하며 간간히 고젝이나 그랩 택시를 이용하면 경비를 상당히 아낄 수 있었다. 초반엔 앙꼿도 자주 탔지만 요금을 두배로 부를 때가 잦아 피곤해서, 이런 식으로 조절하면 꽤 알뜰하고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카드는 족자카르타의 공공버스 트랜스족자 발리의 뜨만버스 역시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마렛과 같은 편의점에서도 사용가능해서 긴 여행을 한다면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몰을 몇 군데 물어보았다. 인도네시아 적어도 자카르타와 같은 덥고 큰 도시의 경우 몰링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다.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형 쇼핑몰 같은 데서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대형 쇼핑몰은 정도의 차가 있긴 하지만 때때로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충분할 정도로 호화롭고 쾌적하다. 마치 모든 도시의 인프라를 그곳에 쏟아 넣어 경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들과 차이가 크다 보니 대형몰의 주변과 대형몰은 전혀 다른 세상인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몰링의 좋은 점은 더위를 피해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로컬 음식만이 아닌 약간의 퓨전 음식이나 커피 전문점 햄버거 전문점까지 모두 입점해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서브웨이나 KFC 같은 프랜차이즈는 말레이시아 비해 가성비가 좋지 못하지만 자체 커피점이나 음식점은 로컬 식당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자카르타라는 거대한 미로에서 여행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감동을 준 것은 이런 몰에서 만난 커피 전문점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섬마다 각각의 커피를 가지고 있을 만큼 유명한 커피 산지였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온 커피들은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놀랍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두리안 향과 고추장 향이 나는 기묘하고 밝은 커피를 마시면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자카르타에서 조금 답답했던 점은 기본적으로 물가는 매우 싸지만 조금 더 돈을 들였을 때 살 수 있는 빵집이나 편의점 음식 등의 군것질거리의 퀄리티가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 대만이나 태국의 경우 편의점의 만두나 빵들만 해도 상당히 맛있고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에 배낭여행자였지만 소소하게 돈 쓰는 맛이 있었었다. 뭔가 군것질이 아쉽고 그런 생각이 든다면 우선은 몰에서 충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몰 중심의 여행은 한국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지기 때문에 여행지라는 느낌은 덜 주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담배를 너무 좋아하는 인니인들이 여기에서도 야외 좌석을 만들어 두고 모두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풍경과 같은 많은 다른 자극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카르타 아마 수라바야 같은 더운 대도시에서 몰링은 그것을 빼고 자카르타의 삶을 이야기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많은 몰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고 많은 자카르타 청년들은 몇몇 몰 근처의 계단에 앉아 혹은 야외 테라스에서 담배와 커피를 마시며 공연들을 즐기고 있었다.
(나중에 밀크티 프랜차이즈인 tea time에서 마신 밀크티 역시도 웬만한 나라의 것보다 훨씬 싸고 훌륭했다.) 기본적인 TEA Tawar(떼 뚜와르) 여기에 설탕을 살짝 타도 풍미가 더해진다. tea manis(떼 마니스)라 불린다. 여기에 얼음을 넣으려면 Dengan es(등안 에스) 설탕을 빼려면 tanpa gula(딴빠 굴라) 정도로 주문을 하면 된다.
카드 구매 비용이 40000루삐아 정도로 3300원쯤 들지만 전용도로가 있는 에어컨 있는 로컬버스를 4000루삐아 320원 정도에 탈 수 있다는 것은 관광용도로도 꽤 훌륭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