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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샘 Aug 06. 2024

불치병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23. 불치병


대다수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불치병, 그것은 '회사 가기 싫어증'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지고 있는 모든 긍정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 그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이 '회사 가기 싫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회사의 마성은 거의 해리포터 소설에 나오는 볼드모트와 같은 수준이라 입에 담기도 싫은 경우가 허다한 것이 대다수 직장인들의 마음이다.(설마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하하하;;;) 자신이 바라던 직업을 갖게 되었음에도 생각했던 것과 달라 퇴사하게 되고, 어렵사리 붙은 공무원 시험, 합격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사직서를 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직장이다.  

   

이렇게 태생적으로 악마의 본성을 지니고 있는 직장이다 보니 우리는 보통 직장에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돼도 불평과 불만이 가득해지는 것 같다. 업무가 너무 집중되어 '워라밸'이란 단어와 7만 8천 km 정도 떨어진 상태로 지낼 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씹으며 코인만 대박나면 사직서를 던지겠노라 다짐하면서 출근하고, 또 업무를 너무 한적하게 부여해 주면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원샷하는 것이 바로 우리 직장인들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나는 타고난 직장인인..... 흠흠.     


이렇듯 일반론에서도 굉장히 '중도'를 걷기가 힘든 곳인데, 장애가 있는 상황 속에서 회사의 적절한 조율을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아래서 입을 벌리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은 조촐한 업무 부여로 어느 정도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조직의 입장인 듯하다. 그리고 장애인을 괄시하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단출하게 업무를 부여해 준 것은 사실 조직 입장에서 어마어마하게 양보한 일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수렵과 채집에서 만족하지 않고 농업으로 산업으로 정보화로 그리고 AI로 발전하며 전진하는 본성이 있음을 보여 준 것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적당히 회사 다니며 적당히 월급 받는 삶에서 머물지 않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길 바라고 기대한다.    

  

깨어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집보다도 더 많은 시간 동안 나의 삶을 사용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그런 곳에서 정신적 보상이 없이 그저 여유로운 업무와 수줍은 월급 만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을 소모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심리적, 정신적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고 그 상태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결정되는 참 유별난 존재이다. 물론 인생 혼자 사는 것이긴 하지만 타인에게 인정받는 다면 좀 더 흐뭇해지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좀 더 '중도'를 갖춘 업무 부여와 그에 따른 성공적인 결과는 장애인들의 심리적, 정신적 인권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물론, 모든 일이 항상, 늘, 언제나 그렇듯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조직에서 아무리 열심히 정심과 심리의 인권 회복을 위해 노력해도 장애인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도루아미타불' 또는 '뻘짓'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일을 해도 정안인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몇 배 아니 몇십 배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감도 더 클 것이 분명하다. 공부하고 시험 봐서 직장도 구했는데 일을 못 할게 무엇인가!?  

    

처음부터 큰 일을 해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작은 일 하나부터 깔끔하게, 그리고 좀 더 난도가 높은 업무에 도전. 그리고 그다음으로 도전. 음... 그러다 영원히 도전하게 되어도 좋고 하하하. 그러다 보면 주변의 인정과 신뢰도 쌓이게 되고 그때는 조금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전 문장에서 말한 것처럼 '신뢰는 쌓는 것'이다. 사랑처럼 첫눈에 생기지도 않고 슬픔처럼 갑자기 복받쳐 오르지도 않는 것이 '신뢰'이다. 보드게임 '젠가'의 나무토막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듯이 쌓아서만 생기는 마음인 신뢰.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에서 내일로, 내일에서 모레로 나 자신을 잘 갈고닦아야 한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린 신뢰가 기준선을 돌파했을 때 조직도 우리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발견되지 않을까?!

발견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퍼퍼퍽)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부서원들이 나에게 '대단하다' 또는 '존경스럽다'는 의미의 말들을 해주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나는 먹고살려고 하는 거라 전혀 대단한 게 아니다'라고 나름의 겸손을 표했지만, 그런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물론 당시 사람들이 몹시 취해 본인들이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점은 우주로 날려버려야 할 몹쓸 진실이다. 하하하) 직원들은 취해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약간의 우쭐함과 다소간의 흡족함과 더불어 '직원들과 나 사이에 신뢰가 제법 쌓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용하고 담담하게 쌓아 올린 신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더해 주어 회사 가기 싫은 불치병을 약간은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약재가 되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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