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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Sep 03. 2015

[내가 사랑하는 출사지 #10] 파주삼릉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문화유산 속으로의  산책

  가을이 오면 늘 떠오르는 곳이 있다. 단풍이 한참인 계절이 되면 매주 주말 아침마다 찾는 곳, 일요일에 가족들이 모여 점심이라도 하게 되면 한가로이 찾아가서 산책을 하는 곳, 파주 삼릉. 화창한 가을 날이면 김밥과 음료수를 싸 들고 돗자리 하나 챙겨 잔디밭에 깔고 한가하니 시간을 보내도 좋다. 잠깐 일어나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을 한 가닥 한 가닥 세어가며 오솔길을 산책해도 좋다.


  가을이 깊어지면 삼릉의 색도 더욱 짙어진다. 가볍게 시작한 단풍들이 점점 두툼한 색으로 무장을 하고, 결국 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여름내 살을 붙여 온 도토리 역시 여기 저기서 투 툭 거리며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떨어져 내린다. 겨울을  나야하는 다람쥐들은 부지런히 도토리를 물어 나르고, 뒤늦게 세상에 나온 어린 노린재들은 화살 나무에 무리 지어 겨울을 날 궁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빛을 다루는 작업이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빛에 대해 익숙해야 한다. 인물이나 물건을 찍을 경우 조명 기구를 이용하여 빛을 다루는 기법도 중요하고, 플래시 혹은 스트로보라고 불리는 스피드라이트의 사용도 중요하다. 풍경 사진 역시 빛을 어찌 다룰 것인지는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에 골든타임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빛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 특히나 숲 속에서는 반사광과 투과광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반사광은 물체의 표면에 반사되어 나오는 빛을 말한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반사광을 인식함으로써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한편 투과광은 물체를 뚫고 나오는 빛이다. 반사광은 물체의 표면의 색에 따라 대부분의 파장이 흡수되는 반면 물체의 두께에 따라 투과광은 카메라까지 들어오는 양이 달라지게 된다. 단풍이 우거진 숲에서 투과광을 잘 다룰 경우 보석처럼 빛나는 단풍의 면모를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단풍잎을 뚫고 지나온 투과광은 반사광보다 훨씬 투명하고 맑다. 다만 투과광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아무튼 숲 속에 들어가면 다양한 빛을 만날 수 있어 좋다.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과, 그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빛나고 있는 꽃이나 열매들, 혹은 나뭇잎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초록빛과 그 밑에서 부드럽게 빛을 쬐고 있는 피사체들. 똑같은 물체라도 어떤 빛을 받느냐, 혹은 빛과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띈다. 사진을 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는 것이 즐겁다. 숲 속 여기저기 퍼져 있는 빛들이 반갑고, 궁금하다.




  파주 삼릉은 예전에는 공순영릉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이름대로 공릉, 영릉, 순릉이 모여 있다. 이 중 공릉과 순릉에 모셔져 있는 예종의 비 장순 왕후와 성종의 비 공혜 왕후는 모두 한명회의 딸이다. 친정에서는 자매지간이지만 시댁에 오면 숙모와 조카며느리의 관계. 두 대의 왕에 걸쳐 장인 행세를 했던 한명회는 당대의 세도가로 누구도 부럽지 않을 부와 권력을 누렸었다. 하지만 다 좋을 수는 없는 법. 왕실에 시집 보냈던 두 딸이 모두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공릉의 장순 왕후는 17세의 나이에 산후병으로, 순릉의 공혜 왕후는 19세에 세상을 뜬다. 딸 둘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어쩌면 젊은 시절 딸을 잃고 나서  더욱더 권력과 재력에 집착하게 된 것은 아닐는지 싶기도 하다.


  이름 때문에 서삼릉과 착각하기 쉽다. 서삼릉은 원당 삼송 뉴타운 인근 종마공원 바로 옆에 있다. 진입로가 좁아 날씨 좋은 날 주말은 주차장까지 가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다. 파주 삼릉은 통일로 벽제 지나 봉일천 방향으로 오른편에 있다. 진입로도 잘 되어 있고, 주차장도 넉넉하다. 입구 가까이 있는 매운탕집은 맛집으로도 유명한 모양이다. 아침에 삼릉을 가게 되는 경우엔 뇌조리 갈쌈국수집을 들러 브런치로 국수와 숯불에 볶은 돼지고기를 한 접시 먹고 온다. 아빠보다는 친구가 훨씬 더 좋은 큰 딸내미도 갈쌈국수 때문에 파주삼릉이라면 따라 나선다. 파주라고 하면 무척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 위치는 고양시에 더 가깝다. 서울에서 가까운 서오릉이나 서삼릉보다는 아무래도 한가하고 고즈넉하니 가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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