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일본에서 즐기는 소주 이야기

오히려 한국보다 제대로된 소주를 즐기는 일본

by 기타치는 사진가

일본은 청주만 마시는 줄 알았다. 그리고 사케가 청주인 줄 알았다. 바로잡아 보면 사케는 그냥 술이다. 우리가 흔히 '오늘 술이나 한 잔 하자.'라고 할 때 그 '술'이다. 어떤 종류인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맥락으로 이해되는.


도쿄지역에서 '사케'라고 하면 대부분 '니혼슈'라고 불리는 청주가 일반적이지만 규슈에서는 소주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오늘 술이나 한 잔 할까?' 하면 서울에서는 삼겹살에 소주 거나 치킨에 생맥주거나 간에 하나일 테고, 도쿄 같으면 청주에 닭꼬치일 테고, 후쿠오카 같으면 소주에 모둠회 한 접시일 거다.




일본에 소주가 있다는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일본 소주'라고 하면 우리네 참이슬이나 아침이슬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우리 소주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소주이다. '희석식'이라는 공법은 아마도 우리 소주에만 적용되는 제조법일 거다. 반면 일본 소주는 도수에 따라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위스키나 코냑과 같이 증류주이다. 실제로 보리소주 중 향이 짙은 놈은 위스키의 풍미가 나기도 한다. 쌀이나 감자, 고구마, 메밀 등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문배주나 안동소주와 유사한 방법으로 제조하는 것이 일본 소주이다.


짐작컨데 규슈지역이 소주의 종류가 많고 발달해 있는 것은 아마도 임진왜란 때 끌려간 우리네 술도가 장인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후쿠오카의 흔한 이자카야 어디를 가더라도 A4 용지 적어도 반 페이지는 소주 메뉴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적어도 7-8 종류의 소주는 대부분 비치하고 있고, 쌀, 보리, 메밀, 고구마, 감자 등 재료별로 서너 가지씩의 선택을 제공하는 집이 일반적이다.




맛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내가 마셔본 국내 전통 소주보다 어딘지 쉽게 넘어간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몇 백 년 간의 경쟁으로 인해 훨씬 사람의 미각에 쉽게 다가서게 된 탓이 아닐까 싶다.


시내 이자카야에서는 한 잔에 3-4백엔 수준이고 병으로 시키면 2-3천엔 수준이다. 이자카야에서 파는 소주는 보통 25도짜리가 일반적이고 가끔 30-40도 짜리도 볼 수 있다. 같은 소주가 공항 면세점에선 2-3천 엔이다. 가게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면세점에서 파는 게 도수가 더 세다. 25도에서 40도까지 다양하다. 다음엔 마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생각.




참고로 일본의 소주 품평 사이트(http://xn--nckg3oobb2589g951b.com/)에 올라와 있는 소주의 품종만 1,700가지가 넘는다. 이슬이냐, 처음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우리로서는 가슴 벅찬 옆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