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술 한 잔의 예술

됫박으로 넘치는 니혼슈(청주)의 비밀

by 기타치는 사진가

얼음처럼 차가운 청주 한 잔이 됫박에 담겨 나온다. 됫박의 겉은 까맣게, 안은 빨갛게 칠해져 있다. 반질한 칠이 참 곱다. 보통은 그냥 잔만 가져다 주는데 어떤 종류의 니혼슈(청주를 일본사람들은 니혼슈-일본술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케는 '술'을 의미하는 일반명사, 정종은 니혼슈 브랜드 중의 하나)는 굳이 됫박에 담아 가져다 준다. 궁금한 김에 그다지 취향은 아니지만 나도 한 잔 시켜봤다.

한 잔 맛을 보려는 순간 됫박 비밀을 알아버렸다. 투명하게 흰 술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다. 포도주보다는 밝은 빨강이 체리 주스 보다는 조금 진하다. 바로 됫박 안쪽에 칠해져 있는 빨강이다. 잔을 살짝 드는 순간 이내 투명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 역시나...

비밀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늘 됫박에는 1센티 정도 높이로 술이 넘쳐 있고, 마지막엔 이 넘쳐 있는 술을 잔에 따라 마신다. 됫박을 비우고 나면 잔에 비치던 빨강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는다. 됫박과 잔 사이에 액체가 있어야 됫박의 빨강이 술잔 전체로 퍼질 수 있는 것이다. 알아채거나 말거나 역시 일본의 문화는 섬세하다. 지나치게 섬세하다. 알아주건 말건, 그런 비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예부터 내려오는 대로 이어간다. 여지껏 그래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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