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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Sep 04. 2015

깨알만 한 주인공이 쏟아내는 깨알 같은 재미

물리법칙은 없다고 치고... 앤트맨

  역시 영화는 별 기대 없이 봐야 재미나다. 마블에서 만든 영화인지도 모른 채로 막내 녀석이 가자는 대로 따라 나와 본 영화. 첫 장면을 보면서 그제야 딸아이에게 귀속말로 물어본 게 


"이거도 마블 꺼니?"

  



  어린 시절 과학잡지던가 어린이 잡지던가에서 '사람이 개미만해 진다면? 사람이 코끼리만 해 진다면?'이란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표면 장력이나 삼투압 등의 과학적인 현상들을 가지고 사람의 크기가 왜 지금이 가장 적당한지를 설명해 준 기사였다. 


  이 영화는 그런 기본적인 물리법칙은 완전히 무시한다. 심지어 분자 간의 거리를 조절한다고 하면서 질량에 대한 고려조차 없다. 그러니 개미만 한 사람이 권총 위에 뛰어 다닐 수도 있고, 실물 크기로 뻥 튀겨진 토마스 기관차가 집을 부수고 길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따지기 시작하면 완전 뒤죽박죽이다. 근데 그런 거 따지면 마블 영화를 보면 안 되는 거지. 


  뉴튼의 물리 법칙도 엉망진창인 판국에 양자역학까지 끄집어 내는 걸 보면 이제 할리우드에선 잘 모르겠으면 '양자역학'을 들이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인터스텔라처럼 마치 그럴 듯한 과학을 끼얹은 흉내는 내지 않아 보기에 편하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알기 전까지는 마블에 대해서는 토막토막 알고 있었을 뿐이다. 이따금씩 기네스 펠트로우 때문에 아이언맨 시리즈를 보긴 했어도 중간에 등장하는 다른 시리즈의 이야기는 이해를 하지 못해 멍하게 넘어간 적이 많았다. 왠지 마블은 만화부터 익숙지가 않았던지라...


  판타지 소설을 엄청 읽어 대던 막내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녀석이 마블의 세계에 빠져 버렸다. 스타워즈나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같은 단선적인 내러티브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여러 주인공이 언제는 혼자 설치다가, 언제는 떼로 돌아다니면서 서로  이리저리 꼬이는 이야기들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로 접어드는 딸내미와 말 한마디라도 더 섞어 보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무작정 따라 다니면서 외장 지갑 노릇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촘촘히 엮어 놓은 마블의 그물에 걸린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는 서로 다른 두 축의 부녀 관계로 풀어나간다. 줄거리를 미리 이야기할 수는 없고, 그냥 마블의 방식으로 억지를 부려 보자면 '딸 키우는 아빠는 착한 사람'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만화 보면서 너무 따지지 맙시다. 아무튼 우리 막내도 자기 아빠가 영화 속 아빠들 만큼이나 자기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 주면 좋겠다. 


  그리고 사족 하나. 마이클 더글라스는 늙어서도 섹시하다. '개미 아저씨'를 보는 와중에도 '원초적 본능'의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




공식 예고편

https://youtu.be/1HpZevFif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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