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술 이화주 이야기
재미난 술을 빚었다. 집에 오는 길에 동네 사진 벗 둘을 불렀다. 사진도 같이 찍으러 다니지만 술은 훨씬 더 자주 마시는 술벗들.
눈에 띄는 닭꼬치 집으로 들어가 우선 꼬치 몇 개와 맥주, 소주를 각각 시켰다. 챙겨 온 술병을 꺼내니 둘 다 궁금해 죽는다. 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달라 해서 떠먹는다. 요플레 보다는 살짝 되고 땅콩버터보다는 살짝 묽은, 흰 덩어리.
생전 처음 먹어 보는 맛이라며 신기해한다. 이화주라는 술이다. 쌀로 만든 누룩에 쌀로 구멍떡을 빚어 물 없이 범벅하여 만드는 술이다. 발효가 아직 덜 된 상태라 알코올 도수는 3-4% 정도.
아저씨 셋이서 숟가락으로 뭔가를 열심히 퍼 먹는 모습이 기이했던지, 꼬치집 주인장이 궁금해한다. 숟가락 가져오라 해서 한 술 떠 줬다. 막걸리 맛이 난다며 눈이 동그래진다. 아주 간단히 설명해 줬다. 쌀로 만든 술이라고, 우리 조상들은 이런 술도 빚어 먹었다고.
이화주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술이다. '이화'는 흔히 알고 있듯이 배꽃을 뜻하지만 배꽃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배꽃이 필 때 빚는 술이라서 이화주라고 부른다. 이화주를 만드는 건 노동이다. 삶은 구멍떡을 으깨고 누룩과 버무리는 작업은 물론이고 쌀가루를 가지고 누룩을 만드는 과정이나 구멍떡을 만드는 과정도 힘들기도 하고 성가시기가 술 중에 으뜸이다. 연구소에서 교육생들끼리 이화주를 만들면서 이리 힘들게 만들 바에야 차라리 사 먹겠다고 입을 모았더랬다.
제법 익은 이화주 항아리를 꺼내어 열고 나누어 담으면서 이 정도라면 만들어 먹을만하겠다며 딴 소리들이다. 요구르트 같은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하면서 향긋한 풍미, 그러면서 살짝 느껴지는 술맛이라니. 술독을 손가락으로 박박 긁어 깨끗하게 비워버렸다. 우리 조상님들이 어떤 분들이신데, 맛이 없었다면 이리 힘든 작업을 했을 리가 없지.
동네 술친구들은 반쯤 남은 이화주 병에 소주를 부어 열심히 흔들더니 숟가락은 치워 버리고 소주잔에 따라 마신다. 이제야 조금 술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걸쭉하게 흘러나오는 모양새나 적당히 느껴지는 알코올의 느낌이 이 역시 나쁘지 않다. 역시 타고난 술꾼들이다.
궁금하시면 술샘과 국순당에서 빚어 판매하는 제품이 있으니 경험해 보시길.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