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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많이 오던 날

연남동 어느 골목

by 기타치는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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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스레 눈이 오던 어느 저녁, 2차 자리를 찾아 연남동 골목을 기웃거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골목.


노랗게 빛을 발하는 백열등과 파르스름한 형광등, 아마도 LED일 듯한 가로등은 각각 자기만의 색으로 골목을 비추고 있다. 직선과 직사각형, 사선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여느 때처럼 딱딱하게 느껴질 만도 했지만, 제각각의 크기로 떨어지는 눈송이는 골목을 따스하게 채우고 있다.


아이폰을 꺼내 들고 잠시 구도를 잡던 와중에 빨간 파카 입은 청년이 지나간다. 별 거 없는 심심한 골목이 화려한 원색으로 채워지는 순간.


차가운 회색의 전봇대를 채우고 있는 노란 스티커들은 작지만 분명하게 삶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무채색의 주택가로 걸어 들어가는 청년은 집에 도착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겠지, 빨간 파카는 벽에 걸어 두고.


무심코 담은 한 장의 사진에 또 하루를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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