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data와 AI, 로봇이 가져올 혁명적인 변화
자본주의 체계에서 생산은 제품 기획으로부터 시작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소비자는 어떤 제품을 선호할 것인가, 제품의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떤 기능을 넣어야 하는가 등등. 이 모든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인기가 있었던 제품, 판매가 저조했던 제품 등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을 샘플링하여 의견을 듣기도 하고,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선호를 조작하기도 한다. 제품의 기능과는 상관없는 이미지를 억지로 연관 지어 존재하지 않는 선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의 가격에 반영이 된다.
아디다스는 소비자가 직접 자기가 원하는 신발을 주문 제작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아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재료, 색상, 디자인 등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주문이 끝나면 제품 생산이 이루어지고 며칠 안에 소비자는 주문한 제품을 받게 된다. 생산의 전 과정은 로봇에 의해 이루어진다. 주문한 내용대로 재료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모든 과정을 로봇이 한다.
이러한 아디다스의 시도는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존의 생산과정과 비교하면 엄청난 혁신이다. 물류의 각 단계마다 보관하는 비용, 운송비용, 로스에 대한 부담을 거의 제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만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완료된 제품을 즉각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발송하면 끝이다.
아디다스의 시도를 데이터의 관점에서 본다면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더 이상 소비자의 선호에 대한 가설(제품 기획)을 세우고 그 가설을 소비자에게 강요하고(마케팅 및 PR) 실패한 제품들을 헐값에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주문된 제품은 거의 정확하게 개별 소비자들의 선호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선호는 인공지능과 Big data 처리를 통해 특정한 소비자의 행동 패턴과 생활패턴과 매치를 시킬 수 있게 된다.
키, 몸무게 등 기본적인 생체 정보와 하루에 얼마나 걷거나 뛰는지, 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지, 운전을 주로 하는지에 따라 운동화를 교체하는 주기는 거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가 '운동화 바꿀 때가 된 건가?'하고 갸우뚱하고 있을 때 새로 개발한 기능에 대한 안내를 포함한 상품 정보를 메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러이러한 근거로 당신은 운동화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개인의 데이터들이 대량으로 모이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솔깃하게 구미가 당기는 제품 안내 광고를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광고는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이미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의 광고는 상당히 개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광고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내 지갑을 열게 될 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에 의해 생산과 마케팅의 모든 과정이 통제되고 관리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인간의 노력이나 노동이 들어갈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로 인해 생산에 필요한 비용은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마케팅 비용 역시 마찬가지. 메일이나 포스팅 한 건 당의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광고 마케팅 비용 역시 엄청나게 절감될 것이다. 결국 제품의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여지가 많아진다.
헌데 이 지점에서 제품값이 싸진들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이 무슨 소득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금융소득자만 소비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인가? 노동 소득자는 결국 굶어 죽게 되는가? 바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이 곳이다. 소비를 위한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 그것이 불로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의 사이클을 돌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요 불가결한 수단이라는 것.
그러나 과연 기본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아디다스의 개인화된 맞춤 생산 시스템으로 돌아가 보자. 주문자는 자기의 취향대로 운동화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기획과 설계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물론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고 적절하게 제시하는 작업은 업체에서 하게 되겠지만 최종적인 제품의 기획과 설계는 소비자가 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은 그 즉시로 소비되며 다시 데이터로 변환되어 생산과정으로 재투입된다.
생산과 소비와 관련된 기존의 모든 행동 요소들이 분해되고 재구성된다. 마치 절대불변인 것으로 알고. 있던 원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등의 입자들로 다시 분해되듯 말이다. 그리고 분해된 소립자들은 완전히 다른.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경제에서도 이러한 양자적인 현상들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력과 생산수단의 갈등과 조정에서 생산과 소비가 융합되는 양자역학적인 형태로 말이다.
양자 경제(Quantum Economics) 상황에서는 소득과 비용과 재정지출이 전면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양자역학에 의해 물리학의 전반적인 체계가 재구성되었듯이 말이다. 아마도 기본소득에 관한 부분도 이 관점에서 고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고 글을 써 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