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를 만나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부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의 여행 기간은 주로 일 년에 한 번, 3주~한 달 정도가 되었다. ‘한 달 이면 어디든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겠지!’ 누군가에게는 꿈만 같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머무는 장소 혹은 지역에는 이동과 변화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작정하지 않는 이상 한 곳에 진득하게 머물러 있을 수 없고 여행지를 제대로 만끽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을 여행하면서 궁금해서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앓이’를 했던 여행지는 없었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으니 한 번 여행한 곳이 더 궁금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하와이를 만나고 나는 마치 심한 열사병을 앓는 듯 ‘하와이 앓이’를 했다. 지인들에게 “나 여행가”라고 말하면 “또 하와이 가냐”라며 반문했고, 어느 시점이 지나자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하와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3년간 여권에 찍힌 스탬프는 오직 단 한 곳, 하와이뿐이었다.
사실 ‘하와이’는 ‘가고 싶은 여행지 버킷리스트’ 목록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나의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 곳이다. 우연한 기회 여행지에서 인연을 맺게 된 60대 중년의 부부가 ‘일생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라며 아낌없이 추천을 했다. 그렇게 체코 프라하광장 천문 시계탑 앞에서 나의 다음 여행지는 ‘하와이+미 서부’가 되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하와이가 어디에 있는지, 몇 개 섬으로 이뤄졌는지 등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식할 만큼 ‘하와이’에 무지했다. 그렇게 떠난 첫 번째 하와이는 ‘마우이 2박+오아후 3박’ 일정으로 계획했고 이후 난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자책했다. ‘5박 동안 그것도 두 개의 섬에서 난 뭘 했나!’
‘2개 섬, 5박 하와이 대참사’를 겪은 후, 1년 뒤 ‘하와이 3주’ 일정으로 다시 떠났다. 좀 더 깊은 곳까지 알고 싶어 마우이, 빅 아일랜드, 오아후 각 섬에 일주일씩 머물렀다. 하지만 이 또한 어리석었다. 작은 섬이라 여겼지만 즐길 거리는 기대 이상이었고 사실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였다. 첫 여행은 어리바리, 뭘 몰랐고 두 번째에서야 난 ‘하와이’의 하늘, 바다, 자연이 보였고 온몸으로 야자수처럼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1년에 한 번 3주 여행은 점점 그 횟수와 기간을 늘여갔고 어떻게든 일정을 만들어서 하와이에 갈 요령만 부렸다. 언제 갈지도 모르면서 항공권 예매 사이트는 제 집 드나들 듯하며 즐긴 ‘알로하 정신’과 ‘알로하 타임’. 그 속에서 안비막개((眼鼻莫開) 한 일더미에서 탈진한 에너지를 강렬하리만큼 뜨거운 태양으로 충전했다.
그렇게 하와이 홀릭으로 살면서 단순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처럼 하와이를 즐기는 법을 알아갔고, 관광이 아닌 진짜 여행자의 걸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세상을 느끼며, 여행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즐기는 법을 찾게 되었다.
나의 천국, 나의 파라다이스에서 절대 충분하지 않는 시간 ‘한 달’. 나는 그렇게 여덟 번의 하와이를 통해 이제 조금씩 하와이를 알아 가는 중이다. 누구나, 아무나 알고 있는 ‘수박 겉 핧기’식 하와이가 아닌 진짜 하와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곳, 하와이에서의 경험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 나는 아마도 호놀룰루행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못다 한 것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