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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Jun 09. 2020

운전을 가르치며  엄마의 마음이 되어 보았다

주행 중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지만, ‘욕심내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들어 두 번 말할 것 한 번만 말했다. 이야기해주고 싶은 걸 다 말한다고 한들 친구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어차피 운전학원처럼 하루 두 시간, 딱 5일만 수업할 것도 아니니 천천히 하자고 다짐한다. 욕심 낸다고 될 일도 아니지 않던가.

연수 4회 차가 되니 친구 얼굴엔 점점 자신감 붙어 보였다. 주행하는 것도 안정되어 보였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내가 길을 잘못 알려준 바람에 좌회전을 놓쳤다. 다음 도로에서 좌회전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좌회전을 할 수 있는 곳, 유턴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대로 직진하면 자유로이다.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서울과 파주, 어느 방향으로 진입할지 정하는 것뿐이다. 친구는 얼떨결에 자유로에 진입하는 경험을 했다. 일반 도로보다 차가 많고 힘껏 속도를 내 달리는 자유로에서 겁먹진 않을까 불안했다. 운전대를 잡은 친구가 마치 개울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느껴졌다. 마치 섣불리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 말이다. 내 아이는 너무 잘하고 있는데 괜한 마음에 가슴을 졸인다. 이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덤덤하게 1차선에서 4차선까지 차선 변경을 하고 킨텍스 IC에서 약간의 커브 길을 무사히 빠져나와 자유로 진입에 성공했다. 짧은 거리이지만 자유로를 주행하다 이산포 JC에서 빠질 때 커브 길이 낯선지 주행 속도를 살짝 늦추긴 했지만, 통행에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고, 뭐 정 급하면 뒤차가 앞질러 가겠지!

5회 차, 주행 연습 중 갑자기 내 배가 아파온다. 하지만 친구는 거침없이 일산 곳곳을 누리고 있다. “저기, 나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 화장실 좀 데려다줘.”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맞닥트릴 수 있는 상황. 크고 작은 건물 어디든 들어가면 되지만 아직 한 번도 다른 건물 주차장 진입을 해보지 않은 터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좀 안정적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이미 내 머릿속에 연습할 코스가 그려져 있었고 중간에 쉴 코스도 마련해뒀는데, 화장실 때문에 조금 더 앞당겨 쉬기로. 그리고 스타벅스로 갔다. 우리가 찾은 스타벅스는 단독 건물이기도 하고 주차 연습도 가능한 데다 드라이브 스루도 경험할 수 있다. 친구도 언젠가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할 텐데 미리 경험해보면 좋을 듯싶었다. 처음으로 전방 주차를 훌륭하게 마쳤고 나의 장 트러블도 잘 해결되었다. 운전을 잘 배우고 있는 나의 학생에게 선생님이 커피 한잔 쏠게! 아 혹시, 운전하다가 생리현상이 발생하면 가장 좋은 건 주유소이니 참고하고(여기 스타벅스도 괜찮다오!)


스타벅스에서 나올 때는 의도하지 않게 한 가지 팁을 알려줬다. 주차된 친구 차를 다른 차가 막고 있어서 차주에게 전화해야 하는 상황. 차를 빼 달라고 할 때는 차량 번호 확인을 하고 전화를 걸어 ‘○○○○(차량번호) 차주 되시죠? 차 좀 뺄게요.’하고 말하면 된다는. 그렇게 드라이브 스루 코스를 한 번 체험한 후 우리는 다시 일산을 쌩쌩 누볐고 친구는 어느 순간 신호가 걸렸을 때 주변을 살피는 여유도 보였다.

오! 이제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는구나 싶어 내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적어도 ‘긴장하지 않는다’라는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다 보면 주행 중 전방이 한눈에 들어올 거야. 주행 중인 차, 신호등뿐만 아니라 주변을 이루는 부수적인 것 말이야. 그 맛에 드라이브하는 거거든. 네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말이야! 아직 그가 오디오 작동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음악 플레이도 할 테고 전화도 받을 테다.


“주변에 차들이 무섭지 않지?”라는 질문에

“응, 뭐!”라며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친구.   

휴, 다행이다. 얼떨결에 자유로를 경험해봤으니 다음번에는 마음먹고 자유로를 주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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