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셩혜 May 27. 2020

운전할 때도 '선'은 중요하니까.

A4용지에 크게 ‘초보 운전’이라고 써 차에 붙였다. 효과는 나쁘지 않은 듯했다. 최저 속도를 지켜가며 운전했지만, 도로 위에 많은 차량은 제한 최대 속도에 맞춰 운전하지 최저 속도에 맞추지 않는다. 그들은 친구 차를 자연스럽게 추월했다. 초보가 아닌 이들에게는 최저 속도가 답답할 수 있지만, 초보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하주차장에서 하루 동안 연습을 하면서 지상으로 나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단 한 가지 이유에서이다. 바로 ‘선’.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 분) 대사 중 “매사에 선을 딱 지켜. 내가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라는 멘트가 나온다. 영화 속에서 말하는 그 선이 차선은 아니지만, 운전에서도 ‘선’은 지켜야 하는 것 중 하나이지 않던가. 하지만, 지하주차장에는 차선이 없다. 운행 방향 표시가 바닥에 표기되어 있지만, 친구에게 그 표시가 보일 리 없다. 이제 겨우 운전대를 두 번 잡은 그에게 서둘러 방향 표시를 보라고 할 수도 없고 눈에 들어올 리도 없으니 실전 적응이 필요했다.


지상에서 하는 두 번째 주행이라 그런지 첫날보다는 안정되어 보였다. 약간의 커브나 곡선 코스에서는 핸들을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모르니 핸들 잡은 양손에 힘을 가득 준 것 같았다. 차선을 중앙에 맞춰 주행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액셀이 차선 중앙에 놓인다고 생각해봐”라고 했지만, 차량 크기에 대한 감각이 없으니 그것도 쉽지 않다. 재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 “사이드미러를 통해 바닥에 그어진 실선을 봐봐. 보이지? 그걸 밟으면 안 되는 거야” 친구는 사이드미러를 조절했다. 

차선을 지켜가며 백석동에서 대화동까지 주행했다. 차선은 직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지 않던가! 좌회전·우회전 연습도 해야지! “네가 3차선에서 주행하면서 우회전했으면 3차선으로 들어 가야 해!”라고 알려주지만 어디 생각과 행동이 같을 수 있나.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우회전 시 핸들을 오른쪽으로 반 바퀴 돌렸으면 다시 반 바퀴 풀어 원상회복 시켜야 하는데 손은 한 바퀴를 돌린다. 분명 3차선에서 들어갔는데 우회전하고 보니 2차선에 있다. 웁스! 삐뚤 하다 싶으면 가장 먼저 놀라는 건 친구 자신다. 괜찮다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스스로 잘못된 걸 알았으니 그걸로 배운 것 아닌가! 


연수 3일 차, 킨텍스에서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직진-우회전-직진-우회전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반복 학습의 효과라고 점점 바퀴도 친구도 제 선을 잘 찾아간다. 그렇게 선을 지키며 집까지 돌아왔다. 주차장 입구는 그에게 아직 난코스라 다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근데 운전석에 앉아 깜짝 놀랐다. 주행할 때 사이드미러로 실선을 봐야 한다고 알려줬더니 사이드 미러를 아래로 다 내려놓은 거 아닌가(뒤에서 오는 차량은 어떻게 보고 온 거지?) 그래. 처음부터 사이드미러로 후방 차량이나 차선 바닥에 그어진 실선이 한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내 친구 좀 귀엽다. 근데 나는 안다. 내일은 사이드미러를 아래로 내리지 않고도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는 걸. 너는 매일 매일 성장 중이니까! 

그나저나. 능수능란한 운전자분들 제발 차선 좀 지켜서 운전하세요! 제 친구가 보고 배울까봐 겁나요! 그리고, 차선 변경하면 방향 지시등 키는 예의도 좀 발휘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뭐! 운전을 가르친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