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운전을 가르친다고?
친구의 도로 주행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그와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내가 운전 연수를 시켜준다는 말에 다들 멈칫했다. 할 말은 있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돈을 내고 운전 학원에 가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그와 내가 자발적으로 한 선택이지만 의가 상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걱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연수를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보다 조금 더 신경 써해야겠구나 싶다.
첫 차를 받은 날 주차장을 열다섯 바퀴 돌았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가 숫자를 헤아리고 있었던 것. 대단하다. 그걸 헤아리고 있었다니.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뱅글뱅글 돌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다. 게다가 새 차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핸들도 브레이크와 액셀을 밟는 감각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던 터라 그에게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준 후 그에게 운전석을 내줬다.
‘웰컴 투 드라이빙’ 그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너는 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응원을 해본다. 액셀을 천천히 밟았다. ‘어-어 움직인다.’ 그가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운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는 느낌이다. 주행을 하다가 커브를 해야 하면 속도를 천천히 줄이고, 커브에서는 항상 브레이크 위에 발이 와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을 설명하며 계속해서 주차장을 돌았다. 사실 어떤 동작을 연습하기보다 그저 자동차와 친해지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연습 중 주차장으로 자동차가 진입할 때면 멈칫 놀라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처음 안 사실인데, 자동차 주행 연습을 하니 시간이 훅하고 가버렸다. 뭘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 두 시간이 훌쩍 넘었다. 그나저나 무엇이든 ‘선’이 중요한데 주차장에서 뺑뺑이를 돌다 보니 차선의 개념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조만간 지상으로 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두 번째 날 주차장에서 만났다. 첫날과 차이점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는 것! 지하 2층은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그가 좀 더 편한 마음에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0분가량 워밍업을 했나. “밖에 나가서 해볼래? 해볼 수 있겠어?” 그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고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부추겼다. 머릿속에 생각해둔 장소가 있었다. 다소 어두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그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내가 운전을 할까 하다가 그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그는 힘껏 핸들을 잡고 있었다. “길 따라 쭈-욱 간다고 생각하면 되니깐 자! 가보자”하고 출발했지만, 차의 중심을 잡는 것도 핸들을 움직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게 이상하다.
직진해야 하는 데 마침 우리가 주행하던 차선이 우회전 차선이다. 아직 차선 변경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 코너링 연습을 하자 싶어 우회전을 시켰다. 삐뚤삐뚤하고 차가 조금씩 움직였지만, 그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는 사이 사이드밀러로 경찰차 한 대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계속 우리를 따라오는 느낌이 싸-하다. ‘순찰 중인가 보지’ 생각하며 연습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시선에도 경찰차가 들어왔는지 겁먹은 듯하다. “아냐 아냐 겁먹지 마. 잘못한 거 없으니깐 괜찮아”라고 했지만 그러는 사이 경찰차는 우리 차 옆으로 바짝 붙었다. 마침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경찰차는 우리 차를 향해 옆에 세우라고 했고 당황한 그는 창문을 내렸다.
“왜 삐뚤삐뚤 가요?”라는 경찰의 목소리는 꽤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표정도 무서웠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그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보조석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아~ 주행 연습 중이라서요”하고. 경찰차 보조석에 앉아 있던 다른 경찰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좀 삐뚤삐뚤해서 음주 운전하는지 알았나 봐!” 그의 마음을 진정시켜 가며 킨텍스로 향했다. “네 차선으로만 가면 되니깐 천천히 가보자.” 킨텍스에서도 차선 연습은 계속되었다.
“돌아갈 때도 내가 한 번 해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자신 있게 말했고 우리는 백석동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 그나저나 내일은 ‘초보 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나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