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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북을 독립출판 했습니다.

by 셩혜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아... 알았어요. 할게 할게."


출판하겠다고 말을 한 게 잘못이었다. 말이나 하지 말걸. 2018~2019년 아빠 부고 후 떠오른 것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쓰고 브런치에 업로드를 했다. 쓰다 보니 책으로 출판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무슨 이유인지) 지인 A에게 “아빠 책을 낼 거라고” 지나가는 말로 쓰-윽하고 던졌다. 독립출판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성산동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독립출판물 제작 수업도 들었지만, 결실을 보진 못했다. 책이 나와야 하는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 하나 채찍질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수업 후에도 세월아 네월아 한 셈. 그러고 일 년을 흘러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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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이 되자 지인 A는 정기적으로 체크하기 시작했다(무서운 사람 같으니라고!). 그 등쌀에 못 이겨 마음을 다잡고 원고를 다시 수정하고, 홍대 앞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인디자인 수업에 등록했다. 원고와 내지 디자인은 혼자서도 가능했지만, 표지는 해결할 자신도 능력도 없어 평소 좋아하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SOS를 했다. 공짜로 그려달라는 건 예의가 아니라 약간의 비용을 지불했다. 마음만큼은 넉넉하게 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는 주머니 사정으로 적당한 금액을 제시했고 그녀는 쿨하게 받아들였다. 친구이고 이웃사촌이자 동료 작가인 아미에게 추천사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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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20년 여름 독립출판 준비를 마쳤다. 처음 해보는 독립출판이고, 중간중간 귀차니즘이 스멀스멀 올라와 출판사에 출간 제의서를 보내보기도 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해 온 출판사도 있었으나, 무슨 심보인지 ‘그냥 내가 하자!’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파일 앞에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하며 '최'를 얼마나 갖다 붙였는지 모를 만큼 원고 수정을 하고 디자인을 해가며 가제본을 뽑고, 가제본 된 책을 보고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쳐 2020년 9월 독립출판물을 완성했다. 휴. 하지만 책 완성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독립서점 리스트를 만들고, 입고할 서점을 정하고, 입고 메일을 보냈다. 입고가 수락된 곳에 책 정보와 이미지 파일을 메일로 전송하고, 일일이 포장해 택배 발송을 했다. 인근 지역에 있는 서점에는 택배비 대신 발품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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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을 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책이 안 팔리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여전히 하지만, 몇몇 서점에서 날아온 추가 입고 메일이 걱정하는 내 마음을 살짝 달래준다. 아. 책과 함께 전자책도 출간했다. 이건 친구이자 동료인 아미가 운영하는 아미가 출판사에서 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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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넣어둔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고 추억을 헤집어 본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글을 한 편씩 쓸 때마다 공감하고 응원해준 친구들이 있어 어떻게든 마무리했다. 한 권의 책을 마주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기도 하다. 홀가분해졌다고 해야 할까!


‘후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후회할 일 하나를 만들고, ‘놓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무언가를 놓치고 산다.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많은 후회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런 가교 구실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 마음으로 출판도 했으니, 내 마음이 몇몇 독자들에게 닿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입고 서점 현황

스토리지북앤필름(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강남), 이후북스(마포), 공상온도(마포) 책방비엥(은평), 올오어낫싱(금천), 프루스트의 서재(성동), 다시서점(강서), 고메북스(고양), 연꽃빌라(인천), 마이 유니버스(부산), 주책공사(부산), 페브레로(김해), 소심한책방(제주), 치우친 취향(대구), 책봄(구미), 에이커북스토어(전주), 온다책방(충주), 오혜서점(온라인북스토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E-book

교보문고, 알라딘, 리디북스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LINK=NVE&category=001&barcode=480D2009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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