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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Oct 26. 2020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독립출판

블라블라, 독립출판 

원고를 몇 번이나 퇴고하고 표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인디자인을 배우고 인쇄 발주를 하고. 드디어 책이 ‘짠’하고 나왔다. 독립출판을 한 것이다. 애초에 주문한 건 300권인데, 여분으로 70권이 더 나왔다. 이 책을 모두 소진할 수 있을까?      

기성 출판이 아니라 독립출판을 하니 홀로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인디자인이 가장 큰 문제였다. 회사 다닐 때 디자이너들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몇 개쯤 있지만, 그 정도로 디자인해서 출판했다가는 파본이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4주간 이뤄지는 클래스를 찾아 등록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가량 진행되는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책이라는 형태를 디자인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인디자인의 수많은 기능 중 아주 기본적인 것만 사용하지만, 그래도 잘 배웠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재주(?)가 하나쯤 늘었다(인디자인 사용법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익혀야 할 것 같아 친구가 만드는 매거진을 인디자인으로 작업한다. 뛰어난 솜씨도 아니고 디자인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문서 파일보다 가독성 좋은 게 어디냐며 셀프 만족 중이다). 인쇄는 기존에 거래한 인쇄소를 이용했다. 추가로 소개받은 인쇄소 가격이 더 저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기존 거래처. 이유인즉 인쇄 퀄리티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경험이 준 믿음이라고나 할까! (결론적으론 색이 살짝 진하게 나왔지만) 인쇄 발주 후 도서 목업 파일을 비롯해 홍보 이미지를 만들고 책 소개 글을 썼다. 입고를 희망하는 독립서점에 문의 메일을 보냈고 답변이 온 서점에 책을 입고시켰다. 인근 서점엔 직접 방문했고, 지방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했다.  책 홍보? 개인 SNS와 브런치를 통해 하고 있지만, 쉽진 않다(홍보가 가장 큰 문제다.)  

‘이 이야기로 책을 내면 누가 사서 볼까?’ ‘죽음이라는 소재가 너무 어둡지는 않을까?’ 등등 책이 팔릴지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았다. 독립서점에 입고하는 일도 처음이라 어색했다. ‘입고하러 왔는데요’라는 인사 말고 또 다른 인사는 뭐가 있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해답은 찾지 못했다. 직접 입고하기 위해 찾아다닌 몇몇 서점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었고 책방지기 스타일도 각양각색이었다. 하다 보니 서점의 차이를 찾는 과정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서점 방문 목적이 책 구매가 아니라 입고를 위함이다 보니 스스로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이 어색함을 날려준 건 몇몇 서점 지기님들의 반응이다. 이미 메일로 책 기본 정보를 전달해둔 탓이어서 그런지 ‘책 읽어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 부모님 상을 당해서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등의 인사를 건넸다. 이런 작은 관심이 내 마음의 안도감을 더했다.      

독립출판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지 2년 만에 결과물을 손에 쥐었다. 처음 시작할 땐 막막함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한 번 해보니 ‘또 한 번 더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근데 요즘은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또르르)      


혹시 독립출판을 꿈꾸고 있다면 먼저 원고부터 쓰자. 원고 없이 독립출판은 할 수 없다. 가능하면 원고를 퇴고한 후 독립출판물 제작과 관련한 수업을 듣자. 수업료가 발생하지만, 그 정도 감수할만하다. 대부분 수업이 4~6주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이 기간 동안 독립출판 진행과 관련한 이를테면 인디자인 ‧ 인쇄(종이 선택 포함) ‧굿즈 제작 ‧ 입고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누군가의 채찍질이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앗, 그리고 인쇄 비용은 책 사이즈, 선택 용지, 페이지 수, 후가공 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부수에 따른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5~10만 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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