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보다, 이유를 알자.
오아후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한 번을 들어봤을 법한 장소, 바로 ‘하나우마베이’이다. 수심이 얕고 다양한 열대어가 많으며, 산호초가 높은 파도를 막아줘 스노클링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서식하는 데에는 산호가 8할을 차지할 만큼 하나우마베이에서 ‘산호’가 가지는 지분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가이드북 작업을 할 때만 해도 이곳에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가는 여행객이 많았다. 이유인즉 주차 전쟁 때문. 서둘러 간다고 해도 오전 8시 정도면 이미 주차장은 만차가 된다. (이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니 빠르게 패스).
코로나19 이후 많은 레스토랑이나 여행 스폿들이 예약제로 바뀌고 있다. 한국도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예약제로 입장객을 관리하는 실정. 하나우마베이도 지난 4월 말부터 예약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방문 48시간 이전부터 예약 가능하며 예약 사이트에서 선택하는 시간은 비디오 시청 시간이다(또 이 이야기를 하려 한 건 아닌데).
아!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오아후 하나우마베이는 하루 평균 186kg의 선크림이 쌓인다(출처 ; Haereticus Environmental Laboratory). 빅 아일랜드 경우 산호초의 56%가 백화현상을 보이는 등 산호의 훼손 문제가 심각하다. 선크림이 도대체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선크림의 성분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노세이드(Octinoxate)가 산호에게 독약이나 같은 셈이다. 미국인이 사용하는 선크림 70%에 이 두 가지 물질이 포함되었다. 피부를 보호한답시고 SPF 50, 70, 100짜리 선크림을 몸에 바르면서 동시에 산호를 죽이고 있다. 하와이의회는 2018년 이 두 가지 성분이 포함된 선크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미국 최초로 통과시켰고, 2021년 1월부터 발효 중이다.
이글이글 뜨거운 볕에서 피부를 보호하고자 덕지덕지 바르던 선크림을 하나우마베이 입장 전에는 살짝 닦거나 유해 성분이 없는 선크림을 사용하자고 말하지만, 정작 궁금한 건 ‘왜’이다. 선크림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도대체 바다에 어떤 문제를 남기는 걸까? 책을 읽다 관련한 내용이 있어 발췌‧공유해본다.
1. 《전지적 지구시점》, 정원, 마음의숲, 2021, P. 140-143
산호는 바다 생태계의 근간이다. 육지에 나무가 있다면 바다에는 산호가 있다. 산호는 3차원 골격을 형성하는데, 이 복잡하게 생긴 구조 안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간다. 해양 생물의 25퍼센트 정도가 산호에 의지해서 서식하는 만큼 산호는 해양 생태계의 중심이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5억에서 10억 명 가까이 되는 인구의 주요 식량이 산호에 달려 있고, 항암 작용을 하는 물질을 비롯한 많은 신약의 원료가 바다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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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가 하는 중요한 역할은 이게 다가 아니다. 날씨와 기후, 산소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 탄소가 대기층으로 올라가는데 이산화탄소에는 열을 가두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에 갇힌 열의 93퍼센트를 바다가 흡수해준다. 그러나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바다에 흡수되는 열이 너무 많아졌다. 수온이 변하는 건 체온이 변하는 것과 같아서 체온이 1, 2도만 올라도 위험하듯 작은 수온의 변화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수온이 정상 범주를 조금만 벗어나도 산호는 광합성으로 양분을 공급하는 능력이 손상되어 하얗게 변한다. 이를 백화현상이라고 하는데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는 성장도 안 하고 번식도 하지 않다가 곧 죽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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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또 있다. 바로 자외선 차단제다. 옥시벤존은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에 포함되는 성분인데 특히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에 많이 들어 있다. 옥시벤존은 어린 산호에 치명적인 기형과 백화현상을 초래한다. 또 DNA 손상을 가져오며 성장과 번식에 악영향을 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컷 물고기를 암컷으로 만들거나 생식 관련 질환을 유발하고 배아 발달 단계에서 기형을 만들어낸다.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차단제를 쓰면 산호에 해를 비교적 덜 끼칠 수 있다.
2.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알에이치코리아, 2020, P. 50-51
앞으로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노출될 것이고, 부패가 지연되거나 멈춰있던 동식물 사체의 부패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사체 안에 동결되었던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며 또 다른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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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으로 유명한 하와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서핑 전 피부 상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전에 없던 박테리아가 출몰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가 상처를 통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바닷물에 들어가는 게 좋지 않단다.
무작정 선크림을 바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드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와이는 미국에서도 가장 환경에 민감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자연이, 또 환경 덕분에 만들어진 태초의 것이 하와이주 상당량의 수입을 차지할 만큼 큰 ‘관광’ 영역을 만들었다.
여러 방면에서 환경과 기후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는 요즘이다. 여행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지구를 위해 고민할 수 있는 거리가 있다면 기꺼이 동참해도 좋지 않을까?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만이 자연보호가 아니다. 공기가 왜 중요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왜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보다 ‘나도 함께~’ 혹은 ‘나부터라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하와이의 투명한 바다와 아름다운 천혜 환경을 오래 보고 싶다면, 여행 시 선크림도 잘 골라서 바르자.
참고. 《전지적 지구시점》에서 언급하는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를 시청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