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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Oct 08. 2023

‘당신의 최애 가수는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김동률입니다.” 김동률 콘서트_Melody

‘당신의 최애 가수는 누구인가요?’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김동률’ 님이라고. 나의 (듣는) 음악 인생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그의 곡은 댄스 가수 몸에 안무가 배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100여 곡이 넘는 노래를 모두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그의 노래를 듣고 보낸 30년의 세월이 무색하지 않게 박제되었다. 노래 가사 못 외우기로 유명한 나이지만, 남편도 놀랄 정도다.    

  

좀처럼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 아티스트이기에 콘서트는 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하고 귀한 기회이다. 2019년 ‘오래된 노래’라는 타이틀의 콘서트는 숨겨진 명곡 퍼레이드였다. 옆자리에 앉은 남편은 한 두곡밖에 모르겠다고 했지만, 좋아하는 곡으로 셋업되어 세상 행복했다. 2023년 <황금가면>이라는 신곡을 발표했고 이후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우스갯소리로 팬들은 그를 ‘올림픽 가수’라고 하는데 이유인즉 4년 만에 한 번씩 콘서트를 하기 때문. 우연인 듯 아닌 듯 어쨌든 그 시기가 되었기에 팬 카페에도 다들 콘서트여부를 시작으로 날짜랑 장소를 점치기 시작했다. 많은 팬들의 하나같은 바람이 통했던 걸까 얼마 뒤 그의 소속사에서 콘서트 개최여부와 티켓 예매와 관련한 공지를 했다.      

티켓 예매날짜에 동그라미, 별표 각종 이모지로 표기를 해뒀다. 집에서 사용하는 서버로 예매가 쉽지 않을 듯 해 몇십 년 만에 PC방에 갔다. 예매 하루 전 동네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을 수소문했고 예매 당일 태풍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라고 뉴스에 나왔지만, 태풍이 나의 의지를 막을 순 없었다. 어색한 PC방이었지만, 목적은 단 한 가지였기에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일. 하지만 나 같은 마음의 팬은 한 둘이 아니었다. 팬 카페에서는 ‘예매하기’ 버튼도 클릭되지 않는다며 역대급피켓팅이라고 다들 성화였다. 서버가 다운되고 튕겨나가고 비정상적인 경로라느니, 예매하지 못할까 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태풍을 뚫고 PC방까지 온 것이 아까워 한 시간은 앉아 있기로 했다. 끊임없는 클릭을 하며 의지의 한국인 정신을 불태웠고 결국 30분 만에 예매에 성공한 나는 마음도 발걸음도 가볍게 PC방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김동률입니다.” 올 것 같지 않던 첫 공연의 막이 올랐다.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공연을 즐기는 동안 우리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전주가 흐를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서로의 손을 잡고 감탄을 쏟아내며 목을 뒤로 쓰러트리고, 몸의 힘이 쭉 빠지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를 반복했다. 음악이 가진 추억 소환은 그 무엇보다 참 위대하다. 그의 'Melody'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련한 기억의조각들 어제처럼 되살리는 마치 마술 같은 힘'이 있다. 눈부신 햇살 아래 걸을 때, 멍하니 앉아 쉴 때,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갈 때, 눈물 흘릴 때, 몸에 돋은 가시를 털어낼 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바삐 걸어갈 때, 사랑한단 말을 할 때, 감사함을 느낄 때 등등. 내 삶 속에서 늘 동반자처럼 흐르던 멜로디가 150분간 이어졌다.      


그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2023년 10월 7일. 그 여운과 행복함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그 기운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 버텨보기 위해 이렇게 글로 ‘2023년 김동률 콘서트_멜로디’를 기록해 본다.

나에게 그의 노래는 ‘우연히 찾아낸 낡은 테입 속의 노래’가 아니라 ‘수많은 추억에 웃음 짓게’하는 인생의 노래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는 게, 그 가수가 ‘김동률’ 님이라는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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