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2
사람 얼굴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듯 똑같은 자리에 있는 사물도 마찬가지이다. 호텔만 있는 이 섬에서 새로운 산책로를 찾을 방법이 없어 걷기 방향을 바꿨다. 어제는 건물 중심으로 왼쪽 방향을 산책했다면, 오늘은 오른쪽으로 나섰다. 막 이발을 마치고 나온 소년의 머리카락처럼 잘 정비된 잔디 그 위로 사람 얼굴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바다 너머로 베네치아 본섬이 안개 사이로 실루엣을 자랑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가? ‘잔디 밟지 마세요’가 번뜩였다.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쭈빗쭈빗 망설여진다.
호텔 건물 뒤 정원을 방향만 바꿔 다시 거닌다. 역시나 나 혼자다. 조식 후 체크아웃. 그리고 나면 다시 찾기 어려울 듯해 맘껏 이 공간을 즐긴다. 떨어진 낙엽을 보니, 가을 같다(아, 9월이니 가을이군!) 올리브 정원을 지날 때 혹시 또 달팽이를 밟아 죽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땅만 바라보며 걷는다. 고작 이틀이지만 익숙해진 풍경과 작별도 고한다(혹시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녕~)
피트니스 센터 앞 까지 왔다. 피트니스 센터는 24시간 운영된다. 투숙객 중 이곳을 활용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투숙객 입장에서 24시간 운영이라 좋긴 하지만 이용률이 어떨지 의심스럽다. 오늘은 이 공간마저 탐해본다. 스트레칭 기구가 잘 갖춰져 있어 평소 필라테스를 하며 배운 동작으로 몸을 푼다.
산책과 달리 땀을 흘리니 배가 슬-슬 고파온다. 속도를 내 객실로 행한다. 남편이 깰까 봐 조심스레 객실 문을 여니 창문으로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남편이 일어났나 보다. 채비를 마치고 조식당 쿠치나(CUCINA)로 가는 길, 맛있는 아침을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신난다. 기혼 여성에게 있어 남이 차려주는 건 다 맛있다.
조식도 느긋하게 즐기자. 언제 다시 또 올까!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서버에게 주문하고 음식을 가지러 움직인다. 먼저 “Una frittata!(오믈렛 하나요)” 요청하고 산책하듯 코너별 음식을 탐색한다. 자리로 돌아오니 주문한 커피가 세팅되었다. 별 것 아니지만 사람 마음 심쿵하게 하는 라떼 아트는 마시기 아까울 정도다. 이곳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니 기분이 남다르다. 흔히 마시는 카푸치노의 어원의 유래가 두 가지 정도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설이 카푸친 형제회 수도원의 수도사 복장에서 유래했다나. 그들 수도복 색이 에스프레소 커피에 우유 거품을 올린 색과 비슷하단다. 카푸친을 귀엽게 카푸치노라고 한다는데, 이 섬이 예전 카푸친 수도원이었다니 말이다.
체크아웃 후 산타 루치아 역(Santa Lucia Station)까지 운행하는 셔틀 시간이 삼십 분 정도 남았다. 남편이 산책을 하잖다.
“나 아침에 작별 인사 다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