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3
며칠 만에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경량 패딩, 가죽 재킷, 바바리 같은 외투를 입고 스카프를 두르고 거리에 나섰다.
매일매일 대운하를 누비는 1번과 2번 바포레토도
하루에도 몇 번씩 찰랑거리던 만조도 신문 자판대 키 큰 사장님의 일상도 바다에 굳건히 박힌 나무 말뚝도 그대로인데 날씨만 변했다. 베네치아를 떠나는 날 아침 거실 의자에 앉아 아치형 창 밖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 보고 또 본다. 체크아웃 시간은 10시. 짐은 대충 때려넣어도 되니 이 상황을 즐길란다.
오버 투어리즘이란 표현답게 산 마르코 광장은 사람으로 넘쳤고, 대운하를 가로지르는 수상택시 행렬은 줄줄이 소시지처럼 끊임없고, 베네치아의 낭만이라 불리는 곤돌라를 타겠다는 줄 역시 여기저기서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면 달랐다. 교회 앞 광장은 놀이터가 따로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넘치는 즐거운 운동장이었고 미로 같은 길처럼 보이지만 뒷골목길은 아늑하고 정감 있다. 수상택시나 곤돌라 대신 바포레토 앞자리 혹은 뒷자리에 앉아 베네치아를 느끼는 건 중독 같은 즐거움이었다.
휴양지의 블루 색깔 청정 바다는 아니지만, 어느 날은 옥색, 또 어느 날은 녹색, 또 다른 날은 카키색이라 느껴질 만큼 비슷하지만 다른 묘미의 색을 드러냈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이탈리아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간간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호의도 받았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느라 잠에서 깬 남편이 “여보- ”하고 자신의 기상 알람을 외치는 소리에 대꾸해주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 소리에 쓰던 산책 일기를 뒤로하고 쪼-르르 침실로 달려간다.
각자 창 하나씩 끼고 앉아 홍차 한잔을 마신다. 음악을 틀지 않아 침묵만이 공간을 매우지만, 말할 수 없을 만큼 허전하고 아쉬움이 가득하다. 마음이 저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베네치아 아침 산책>은 아침 9월 9일부터 23일까지 베네치아에 머물며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아침 산책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