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2
피로 누적이다. 어제도 평균 km 이상을 걸었다. 그 탓인가 남편과 번갈아가며 발꿈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어젯밤에는 평소보다 늦은 12시 30분에 잠을 잤다. 출발 전부터 1일 1 와인을 마시겠다고 호언장담한 남편은 도착한 지 열흘만에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다.
‘내일은 늦잠이겠군’ 확신하며 자리에 누웠다. 아닐까 다를까 늦잠! 밤거리를 밝히는 숙소 앞 가로등 불이 꺼졌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30분이야 뭐. 이 정도면 양호하네 하고 셀프 위안을 한다. 창문 밖으로 일요일 아침 조깅에 나선 이들이 의자에 가만히 앉은 나를 향해 서둘러 나오라고 하는 것만 같아 후다닥 옷을 입었다.
평소와 다른 길로 걸음을 틀었다. 작은 수로를 사이에 둔 Fondamenta Arsenale 길로 산책을 나선다. 비아 주세리 가리발디(Via Giuseppe Garibaldi)보다 한적하다. 길 끝에 그 모습도 늠름한 아르세날레 입구가 있다. 로마 멸망 후 수백 년 간 지중해 해상과 경제를 제패한 이곳 베네치아의 위용을 말해주는 듯하다. 당시엔 세계 제일의 조선소였지만 현재는 해군 기지다. 새하얀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군인이 나와 이탈리아 국기를 게양 중이다. 그리고 무언가 알리는 듯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앞을 유유히 지나 낯선 골목길로 향한다. 간간히 건물 2-3층에서 창문이 열린다. 하루를 시작하는 할머니는 곰이 그려진 분홍색 홈웨어를 입었고 할아버지는 벽돌색보다 짙은 갈색의 폴라 셔츠를 입었다. 이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나 같은 여행자에겐 관심 따위 없기 때문에 아침 인사조차 나눌 수 없다.
좁은 골목을 지나니 어디서 빵 굽는 냄새가 흐른다. 곧 캄포(campo)라 불리는 작은 광장이 나타난다. 문을 연 카페테리아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얼핏 보니 크로와상은 없는 거 같아 지나치려니 나 같은 여행자가 반가운 사장님이 먼저 “본 조르노! 운 카페?”라며 인사한다.
사장님 인사를 뒤로 하고 나오니 익숙한 길이다. 숙소 옆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한 잔과 크로와상 하나를 산다.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산책하고 오는 길. 손 흔드는 남편이 보이지 않는다. 아차! 반대 방향으로 돌았지!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 들어오니 어디로 왔냐고 묻는다. 세네카가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우리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는 말처럼 새로운 산책코스에서 새로운 시야와 기운을 얻고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