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사업 事業

결국, 버티는 자가 이긴다.

by 이도

2021년 여름, 1년여의 휴식기를 가진 후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던 중에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침몰 직전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기울어가던 회사였다. 청담 한복판의 고가 오프라인 구조, 코로나라는 환경, 무거운 고정비.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는 선택하면 안 되는 조건이었다. 주변에서도 만류했지만 나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앞선 여러 창업 과정에서 제로투원을 성공적으로 해냈던 자신감과 이미 시드 단계에서 유수의 대기업들이 투자를 집행했던 배경에 대한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함께하겠다고 선뜻 손을 내밀어준 여러 동료들 때문이었다. 한 통의 전화로 조건도 듣지 않고 퇴사 후 합류하겠다고 한 동료, 입사가 예정된 다른 회사 출근을 포기하고 함께하겠다고 결정한 동료. 이들의 선택은 나에게 단순한 책임 이상의 의미였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가혹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고, 인력과 비용 구조는 과도하게 무거웠다. 온라인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했지만, 레거시와 고정비가 발목을 잡았다. 더욱 치명적인 실수는 철저하지 못했던 재무 관리와 무리한 외연 확장이었다.


하지만 투자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2년,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며 투자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했던 후속 투자는 어려워졌고, 기존의 플랫폼 전략 역시 한순간에 설득력을 잃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디에도 기대기 어려운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생존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선택지는 분명했다.

비용을 줄이거나, 자금을 조달하거나.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실행해야 했다.


먼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내가 채용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사직을 권해야 했다.

비난과 원망을 듣는 것은 차라리 나았다.

오히려 나를 위로하며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날 더 아프게 했다.


그 한 달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고, 습관성 장염과 편두통이 반복됐다. 힘들게 잠들어도 악몽에 시달렸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나만 바라보고 많은 기회비용을 포기한 채,

내 비전에 공감해 합류한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돌아갈 다리는 없었다.


구조조정 이후, 본격적인 재편을 시작했다.

사업 구조를 커머스 중심으로 좁히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빠르게 단종했다.

PB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고, 재무 관리를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가져갔다.

매달 급여일마다 마음을 졸이며 계좌를 확인해야 했지만, 숫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고정비는 줄고 운영 효율은 개선됐다.

매출과 이익은 매달 조금씩 나아지며 우상향했다.

그 변화는 우연한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긴장의 총합이자 결실이었다.


그리고 2025년 초, 마침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드디어 목표했던 흑자 전환도 실현했고, 회사가 처음으로 자생 가능한 체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생존 자체가 목표였던 시간이었다.

여전히 갈 길이 구만리이지만, 그 시간을 버텨냈기에 지금의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다시 그해 여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모질고 지난했던 과정을 거쳐오며 나와 팀은 더 단단해졌고,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앞으로 또다시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사업은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전진하는 것, 그것 자체가 전략이었다.

그렇게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도달해야 할 곳에 반드시 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리더를 믿고 끝까지 함께해 준

수십 명의 직원이자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앞으로도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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